[이상근 칼럼] 경제민족주의 vs 국제공조, 공급망 위기의 돌파구는?
[이상근 칼럼] 경제민족주의 vs 국제공조, 공급망 위기의 돌파구는?
  •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 한국물류학회 부회장
  • 승인 2020.05.1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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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 한국물류학회 부회장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 한국물류학회 부회장

코로나19로 우리는 공급망 위기의 공포를 우리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마스크를 사려고 수백미터씩 줄을 서고, 번호표를 받고, 시간을 맞춰 다시 줄을 서고, 마스크를 손에 쥐면 마치 대학입학 합격증을 손에 쥔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는 경험을 했다.

미국의 대형마트 월마트, 코스트코에서는 휴지를 사려고 매장 문을 열기 전에 긴 줄을 서고, 뒤늦게 줄을 선 고객은 먼저 줄을 서 대량의 화장지를 구입하는 고객과 주먹다짐하는 장면과 대형마트의 텅 빈 판매대의 장면을 TV나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었다. 호주, 캐나다, 심지어는 지진이나 쓰나미에도 얄밉도록 차분하게 대처하던 일본에서도 동일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GSC Global Supply Chain) 붕괴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공급망 붕괴 원인은 크게 세가지 경우에 나타났다. 

먼저 공장 가동의 중단이다. 

코로나19로 각국은 근로자 보호차원에서 ‘출근금지령’을 발동하면서, 근로자의 이동제한과 출근금지로 생산이 중단되었다. 또한, 신규주문의 감소나 주문 단절로 판매가 막히는 경우 공장은 셧다운되었다. 미국 백화점 콜스가 1,200억원 규모의 주문을 일방 취소하여 우리 의류업체에 크게 타격을 준 경우가 이 경우이다. 또다른 경우는 외국(외부)에서 원·부자재 공급이 중단되는 경우로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중국에서 공급받던 와이어링 하네스의 공급 중단으로 적게는 4일에서 16일간 국내 완성차 공장이 셧다운된 사례가 발생됐다.

둘째는 각국의 수출규제이다.

미국에서 100명 미만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사망자는 함년도 발생되지 않았던 지난 2월 23일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한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은 중국이 바이러스 차단율이 높은 N95 마스크의 수출에 제한을 두고 있다며 “공급망을 다시 미국 내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4월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보도에 따르면, 중국 규제당국은 4월 초부터 중국에서 생산한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기 및 보호장비 등에 대해 저품질·불량 제품이 수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해외 수출시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물품도 포함시켰다. 3M, 오웬스 앤드마이너, 퍼킨 엘머, GE 등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만든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진단키트 등이 한때 미국으로 가지 못한 채 중국 내 창고에 쌓여가고 있었다. 
WSJ이 입수한 미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장비 업체인 퍼킨 엘머는 중국 쑤저우 공장에서 코로나19 진단 키트 140만 개를 들여오려 했지만, 중국의 새로운 규제 때문에 막혔다고 한다. 또 상하이 당국은 3M이 현지에서 생산하는 N-95 마스크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중앙 정부 허가가 필요하다고 통보 했다. 이에 따라 퍼킨 엘머, 3M은 중국 정부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선적 물량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이처럼 각국의 수출 규제는 글로벌 공급망 단절의 한 원인이 되었다.

셋째, 물류망의 단절이 공급망을 붕괴시킨다.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망 단절의 원인은 각국의 국경폐쇄, 항공기와 선박의 운행중단, 출근금지령에 따른 공항과 항만의 조업 중단, 수출입 규제 등에 따른 화물이동 제한 등이 있다.

코로나19 사태 후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은 외국인 입국제한 조치로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여객기 운항이 중단되거나 편수를 대폭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1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장인 알베이커는 대부분 항공사의 90%이상 항공기를 놀리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여객기와 화물기가 절반 정도씩 분담해왔던 전세계 화물운송은 혼란에 빠지고 있다. 여객기 운항 편수가 줄었고, 생산공장의 생산지연과 해상운송이 정상가동이 못해 긴급화물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항공화물 수요는 늘고 있고 잇다. 하지만 화물기 편수를 갑자기 늘리기 힘든 상황이라 일부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투입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운송이 늦어지고 운임이 뛰고 있다. 항공운송은 의약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화물의 경우 비용이 4배까지 올랐다. 물류운송 차질로 제조업 부품, 소재, 기기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해운업도 사정도 마찬가지다. 씨인텔리전스(Sea Intelligence)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물동량 수요가 급감하면서 감편 또는 감선으로 운항이 취소된 컨테이너 서비스가 총 456회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는 2분기 아시아 유럽간 10개 노선 중 2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평소 대비 30% 가량 줄어든 셈이다. 미국 제프리즈는 1분기는 5~10% 축소, 2분기 해운 수송능력이 최대 30%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곡물수송이 많은 북미일본노선 등의 일정이 더 늦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선원 상륙을 거부한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공급망 단절을 경험한 글로벌 각국의 대응은 어디로 갈 것인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중국공장의 가동이 멈추며 완성차산업 등 부분적인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3월들어 코로나19가 글로벌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대부분 생산공장의 가동이 중단되고, 각국의 수출규제와 글로벌 물류 망의 단절이 동시에 발생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 공급사슬(Supply chain)의 붕괴는 이와 연계된 국가 기간산업으로도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정할지의 문제로 G2, 선진국, 개도국 할 것 없이 고민에 빠져있다. 아마 공급망 정책은 다음 두 가지로 잡힐 것으로 예측된다.

먼저, ‘방역안보’관련 생산공장의 자국내 복귀(리쇼어링)가 힘을 받을 것이다. 

‘방역안보’, ‘경제안보’, ‘경제민족주의’, ‘자국우선주의’ 차원에서 보건·의료·방역, FMCG(일용소비재)의 리쇼어링 강풍이 몰아칠 것이다. 

그 동안 자유무역주의의 근간이 되어왔던 집중생산과 글로벌분업은 자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해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중간 무역분쟁에 이어 터진 코로나19는 국가의 안전, 건강과 직결되는 전략물자, 보건·의료·방역, FMCG(일용소비재)의 해외 공급의 단절로 자국에서 직접 생산해야 한다는 ‘탈세계화’와 ‘고립주의’의 자급자족형 경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부품의 글로벌 연관관계가 적은 제품이지만, 생산비용(특히 인건비) 문제로 해외에서 수입하던 생필품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기업을 자국내로 복귀(리쇼어링)시켜 국가 안전망 구축하면서,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제조업 역량 강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미국 트럼프대통령과 백악관 수뇌부는 사태 초기부터 ”위기 때에는 동맹이 없다”, "공급망을 안전하게 확보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발생한 미국기업이 중국공장 생산 마스크 등의 수출절차 변경에 따른 규제로 이 주장은 힘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외 진출 대기업의 국내 복귀(유턴)시켜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제조업 역량 강화의 주요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 한 곳만 유턴해도 다수의 공급 협력기업이 따라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일본의 수출규제와 코로나 19로 타격을 입은 국내 제조업의 공급망을 보완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국제공조를 강화하는 정책을 강구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체인은 각국간에 복잡하게 연결돼있어 공급망의 일방 단절은 다시 자국에 더 큰 피해로 돌아온다. 수출규제와 방역을 앞세운 입국의 과도한 제한과 통관, 검역 절차를 통한 규제는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또 다른 보복의 일어나고, 이는 다시 보복조치를 초래한다. 

따라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망 단절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는 흐름도 기대할 수 있다. G20 특별 통상장관회의에서도 육로·해운·항공 등 물류의 원활화 및 통관절차 간소화 등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 유지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안된 바 있다..

지난 3월29일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도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제협력이 필수라는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특히 의료물자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 항공운송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합의문에서 의료물자가 신속히 유통되도록 물류업계와 협력할 것을 건의했다. 
또, 필수 의료물품은 수출규제를 자제할 것을 요청했고, 항공화물 조종사와 승무원 등은 이동 보장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더해 대중과 접촉하지 않는 인력은 14일간의 격리 의무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이후 G2, 선진국, 개도국 등 각국은 자국의 이익 정도와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생산공장의 자국내 복귀(리쇼어링) 정책과 국제공조 강화 정책을 사안에 따라 적절하게 구사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