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주요지표로 본 독일경제 중간점검
코로나19, 주요지표로 본 독일경제 중간점검
  • 강성훈 기자
  • 승인 2020.05.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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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2020년 경제성장률 -6.3%로 전망
- 소비∙투자∙무역 3중 부진 속 정부지출 확대로 돌파구 모색

코트라 독일 함부르크 무역관에 따르면, 독일 경제에너지부(BMWi)는 지난 4월 29일(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2020년 자국 경제성장률이 -6.3%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5.7%를 뛰어넘는 수치로서, 이대로라면 독일 경제는 11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 코로나19, 2020년 경기 회복 기대하던 독일에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으로 떠올라 

독일 경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도 내내 경기 둔화 우려에 시달렸다. 수출 중심 구조이다 보니, 미중 무역갈등 · 브렉시트 등 대외 불확실성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결국 독일 경제는 2019년 0.6%의 경제성장에 그쳤는데, 이는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에 시달린 2013년 이후 6년만의 0%대 경제성장률이다.

하지만 2020년초는 긍정적인 대외경제 소식에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특히, 1월 들어 미국과 중국이 1단계 포괄적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다소간 해소된 가운데 독일 정부도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1.1%로 소폭 상향조정하였다.  

이런 찰나, 2월말부터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고 3월 22일(일)에는 메르켈 총리가 독일식 이동제한령인 `접촉제한조치(Kontaktverbot)`를 발표하면서 플러스 경제성장은 요원해졌고, 독일 경제에너지부는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6.3%로 대폭 하향 조정하였다. 독일 대표 경제연구소인 Ifo는 매월 독일 내 9천여개사를 대상으로 기업환경지수를 조사하는데, 이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독일 경제는 경기순환주기상 완연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민간 소비, 고용위기 확산 속 독일 경제성장 버팀목 역할 `흔들`

민간 소비는 2019년 독일 경제가 미중 무역갈등 · 브렉시트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2019년에는 전년 대비 1.6% 증가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에는 -7.4%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는 매월 소비자 2천명을 대상으로 향후 1년간 개인의 경제상황, 내구재 구매의사, 전반적인 경기 전망 등을 설문하여 소비자신뢰지수를 발표하는데, 5월 독일의 소비자신뢰지수는 -23.4로 급락하였다.

그 주요원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환경 불안을 꼽을 수 있다. 독일은 2019년 최근 15년래 최저수준인 5.0%의 안정적인 실업률을 기록하였고, 이는 가계소비의 원만한 성장세를 견인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실업률은 0.8%p 상승한 5.8%로 예상된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이동제한조치로 인한 경제 손실로 단기 실업자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3월말 기준 실업자수는 233만5천명을 기록했는데, 연방노동청(BA) 산하 노동연구소(IAB)는 코로나19로 인해 5월까지 단기 실업자수가 약 30% 급증, 3백만명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였다. 실제로 4월말 독일 실업자수는 전월대비 약 13.2% 급증한 264만4천명을 기록해 이러한 분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대량 실업위기 돌파를 위해 독일 정부가 꺼낸 카드는 `단축근무제(Kurzarbeit)` 확대 시행이다. 단축근무제는 단축근로시간만큼 줄어든 급여삭감분의 일부를 정부가 최대 12개월(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최대 12개월 추가 연장 가능)보전해주는 제도이다. 전체 근로자 중 10%이상 인원의 근무시간이 10%이상 감소(근로소득 10% 감소)한 기업은 독일 연방노동청에 단축근무제를 신청할 수 있다. 기존에 독일 정부는 단축근무 근로자에게 급여삭감분의 최대 60%(유자녀 가구는 67%)까지 보전했으나,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반영하여 단축근무 4개월차부터는 최대 70%(유자녀 가구는 77%), 7개월차부터는 최대 80%(유자녀 가구는 87%)까지로 소득보전율을 대폭 상향 조정하였다. 또한 독일 정부는 독일연방노동청(BA) 심사결과 단축근무를 최종 시행하는 기업들에 대해 사회보험료 고용주 부담분을 100% 지원하며, 단축근무제 수혜 대상도 용역직원까지 확대하였다.

독일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단축근무를 통해 고용위기를 극복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2009년 3월 당시에는 23만개사가 근로자 330만 명에 대한 단축근무를 신청한 반면, 2020년에는 4월말까지 75만개사가 근로자 1천2십만 명에 대한 단축근무를 신청했다. 신청기업 및 단축근무 대상인원 모두 2009년 당시의 3배를 뛰어넘는 수치이며, 독일 전체 근로자수(2020년 3월 기준 4천5백만 명)에서 상기 단축근무 대상인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3%에 육박한다.

비단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생산과 영업에 차질을 빚은 대기업들도 단축근무를 시행하였다. 폭스바겐(Volkswagen), 메르세데스-벤츠의 다임러(Daimler), BMW 등 독일 완성차 업체 3사와 항공사 루프트한자(Lufthansa)가 대표적인 예이다. 

② 기업 투자, 코로나19로 실물경제 `일시 정지`…설비 투자 큰 폭 감소 예상

코로나19에 따른 동시다발적인 글로벌 수요 감소와 이동제한조치 속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가리지 않고 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기업이 영업활동에 타격을 받으면 미래의 생산 잠재력을 위해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투자심리는 자연히 위축된다.

독일 정부의 4월말 발표에 따르면 2020년 독일의 고정자본 투자는 전년대비 -5%, 특히 설비투자는 -15.1%를 기록할 전망이다. 2019년에도 독일의 설비투자는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 이슈 장기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속에  전년대비 0.4% 증가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가 기업의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독일 내 이동제한조치가 본격화된 4월에는 기업의 체감경기가 급속히 냉각되었다. 업종별 구매관리자를 대상으로 기업의 생산·영업, 고용, 신규 수주 등 경기 체감을 나타내는 PMI 지수 추이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독일의 4월 제조업 PMI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32.0 포인트) 이후 최저치(34.5 포인트), 특히 서비스업 PMI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악화된 역대 최저치(16.2 포인트)를 기록하였다. 2008년~2009년 서비스업 PMI 지수 최저치가 2009년 4월의 41.3 포인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이동제한조치가 서비스업에 미치는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업활동 부진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운데, 독일 Ifo 경제연구소는 2020년 4월 약 9천개사를 대상으로 생존 가능기간을 조사하였다. 설문 결과, 6개월 이하로 생존 가능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의 53%에 육박했으며 3개월 이하도 30%에 달했다.

③ 무역, 전방위적인 글로벌 경기침체 속 부진 예상…수출은 10% 이상 급감 전망 

독일 경제는 수출 중심 경제 성장모델로서,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독일의 2018년 무역의존도는 약 89%, 수출의존도는 약 47%를 기록하였다. 이는 G20 국가 내 1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수출 부진은 곧 독일의 경기 부진으로 이어진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 4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교역액이 13%~32%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은 가운데, 독일 정부는 수출은 -11.6%, 수입은 -8.2%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2016년부터 독일의 최대 교역국(수출입액 합계 기준)으로 부상한 중국의 수입 수요 감소가 우려되는 수준이었으나, 2월말을 기점으로 코로나19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독일의 주요 수출대상국들에서 큰 폭의 경기침체가 예상된다.  

독일의 교역액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대 초반 유럽 재정위기 때 모두 예외 없이 감소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독일의 교역액은 2013년 이후 6년간 꾸준했던 성장세를 반납하고 크게 감소할 전망이며, 독일 정부의 예측에 따르면 그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는 작지만 유럽 재정위기 때보다는 현저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정부, “코로나19, 2차대전 이후 최대 위기”…융통성 있는 재정정책으로 돌파

현 메르켈 정부는 2009년부터 신규부채 없이 정부의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는 재정정책인 `슈바르체 눌(Schwarze Null)`을 철저히 준수하였다. 그 이유는 크게 ① EU 최대 경제대국으로서 EU의 재정준칙 준수, ② 통일 이후 급격히 증가했던 정부지출 관리를 꼽을 수 있다.

2019년 독일 경제계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경기부양책 실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독일 정부는 균형재정을 고수하였다. 이렇듯 철저한 균형재정원칙을 바탕으로 독일은 2019년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60% 이내로 줄이며 EU 재정준칙 준수에 성공했는데, 이는 2002년 이후 17년만에 처음이다. 또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연속 신규 순차입금 없는 균형재정을 달성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초유의 보건안전위기를 맞이해 가계와 기업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자, 독일 정부는 균형재정정책을 일시적으로 내려놓고 빠르게 가계와 기업 지원에 나섰다. 총 8천억원 규모로, 1560억 유로 규모의 추경 예산과 6천억 유로 규모의 경제안정화기금(WSF)으로 구성된다.

먼저, 국채발행을 통해 마련되는 추경예산 1560억 유로는 크게 의료분야 지원(550억 유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500억 유로) 등에 집행되는 예산이다. 이러한 내용을 반영해 3월 27일(금)에 통과된 독일의 2020년 추경 예산안은 기존 예산안에 비해 약 34% 증가하였다.

둘째, 경제안정화기금(WMF)은 총 6천억 유로 규모로서 기업 지원에 초점을 둔 정책이다. 독일 정부는 4천억 유로는 기업 신용보증, 1천억 유로는 독일 재건은행(KfW)를 통한 기업 대출 지원, 나머지 1천억 유로는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등의 용도로 집행할 계획이다.

경제안정화기금 자격요건 3가지로 나뉜다. ① 연평균 고용인원 249명 이상, ② 매출액 5천만유로 이상, ③ 대차대조표 총액(Bilanzsumme) 4.3천만유로 이상 중 2가지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은 경제안정화기금을 신청할 수 있다.    

시사점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는 지난 3월 18일(수) 대국민담화에서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히며 사회적 연대를 통한 위기 극복을 주문했다. 이후 독일은 약 2달간 이동제한령인 '접촉제한조치(Kontaktverbot)'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 조치는 6월 5일(금)까지 연장되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독일경제는 대중소기업, 제조업·서비스업 가릴 것 없이 경제 일시정지 상태에 고전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급감하는 상황에서 독일 수출성장세도 두 자릿수 감소가 전망된다. 이에 따른 경기 침체로 고용시장도 얼어 붙은 상황이다.

하지만 독일은 2009년 이후 균형재정정책을 통해 정부 지출을 철저히 관리해왔으며, 이를 통해 확보한 여력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사태에는 과감한 재정정책을 실시하는 융통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시절 대량 실업사태를 단축근무를 통해 극복한 경험을 이번에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지난 5월 6일(수)부로 완화된 이동제한조치는 모든 상점의 영업 재개를 허용하여 독일 경제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1990년대 통일 및 동서독 사회통합, 2000년대 말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대 초 유럽 재정위기 등 숫한 난제를 돌파한 독일의 위기관리 역량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발휘될 지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