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3 19:32 (목)
[윤조셉 칼럼] 코로나19와 ‘도넛 경제학’
[윤조셉 칼럼] 코로나19와 ‘도넛 경제학’
  •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 무역경제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20.05.2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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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 ⓒ무역경제신문

코로나19 위기는 우리 시스템의 근본적 취약성을 완전히 폭로하고 오랜 기간 인류가 만들어 놓은 삶의 방식과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세계 각국이 방역과 일상 경제활동을 병행하는 생활방역 단계에 들어간다고 해도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며, 그동안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온라인 쇼핑, 원격수업, 재택근무 등 소비와 생산에서 비대면 경제활동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엄청난 피해자와 함께 실업과 폐업 등 코로나19의 충격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이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비롯된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시정부는 '도넛 경제학' 모델을 공공 정책 결정의 출발점으로 공식 채택했다. 무조건적인 성장과 자본주의 시장 법칙에 집착해온 세계는 뒤늦게 지구 생태와 공존할 수 있는 ‘균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가 제시한 ‘도넛 모델’에 따라 국가, 도시, 시민의 조건과 역할을 기본으로 하는 정책의 구체적인 설계에 들어갔다.

레이워스의 도넛 이론은 이미 2015년 UN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에 적용되었고, 이에 뜻을 같이하는 각국 지도자들이 정책에 도입하면서 ‘좋은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도넛 이론은 식량과 맑은 물, 주택, 보건위생, 에너지, 교육, 의료, 양성 평등, 소득, 참정권 등 세부 항목으로 나뉘고 각 항목에서 최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넛의 구멍 속에 살고 있다고 설명한다.

도넛의 바깥 고리는 지구의 생태 천장을 상징하는데 기후, 토양, 바다, 오존층, 담수, 생물 다양성 등을 해치지 않기 위해 인간이 멈춰서야 하는 경계인 것이다. 도넛의 안쪽 고리와 바깥쪽 고리 사이에 ‘좋은 세상’이 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이의 필요와 지구의 요구가 충족되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갑작스럽게 건강, 기후, 일자리, 주거, 교육, 공동체에 총체적인 혼란이 닥쳤을 때 그 모든 방면에서 우리의 틀이 되어줄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한 레이워스의 답은 간단하다. 경제 활동의 목표는 지구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자원과 방법 안에서 사람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넛’은 이를 한눈에 보여주는 장치다.

전 세계가 경제성장의 고정관념에 균열을 맞는 기습적인 충격을 겪고 있다. 이제 ‘번영’은 우리의 복지가 균형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를 통해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전 세계가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지금이 육체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연결시킬 바로 그 순간이다.

레이워스의 강조처럼 도넛은 시험 문제의 정답은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보여주고 지금까지와 같은 구조가 계속 이어지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인류의 진화에서 성장하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성장을 멈추고 성숙하게 된다. 이 과정은 인류가 오랜 기간 번영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공동선과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글로벌 연대를 통해 비전을 공유하는 성숙한 ’모두를 위한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