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석 칼럼] 명량대첩, 그 숨겨진 비밀
[방성석 칼럼] 명량대첩, 그 숨겨진 비밀
  • 방성석 경제학박사/(주)이글코리아 대표이사, 해사 충무공연구 자문위원
  • 승인 2020.06.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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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석 경제학박사/(주)이글코리아 대표이사, 해사 충무공연구 자문위원

오직 장군만을 바라보고 여기에 왔나이다.

차실천행(此實天幸), 이는 실로 하늘의 도움이었다. 불과 13척의 전선으로 왜적선 133척을 물리친 명량대첩 다음날의 난중일기다. “어외도(於外島)에 이르니 피난선이 무려 3백여 척이 먼저 와 있었다. 우리 수군이 크게 승리한 것을 알고 서로 다투어 치하하고 또 많은 양식을 가져와 군사들에게 주었다.” 또 이날의 이충무공 행록이다. “이순신이 물었다. 왜적들이 바다를 뒤덮고 있는데 너희들은 어쩌자고 여기 있느냐? 하니 저희는 오직 장군만을 바라보고 여기에 왔나이다 하였다.”

이보다 앞서 이순신은 피난민에게 명하여 배를 옮겨 왜적을 피하라고 하였지만 아무도 장군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순신은 이들의 배 백여 척을 먼바다에 늘어세워 전선으로 위장했다. 눈앞에 보이는 13척의 군선만이 아니라 저 멀리 새카맣게 다가오는 백여 척의 선단에 왜적은 기가 질렸다, 이때 이순신이 선두에 나가 힘껏 싸우니 왜적을 크게 무찔렀다. 

명량대첩 한 달 전, 선조는 이순신에게 수군을 폐하고 육지에서 싸우라고 명했다. 수군이 칠천량에서 궤멸당했으니 적을 막아 내지 못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순신은 곧바로 장계를 올렸다. “저 임진년으로부터 5∼6년 동안 적이 감히 양호(兩湖, 전라도와 충청도)를 바로 찌르지 못한 것은 우리 수군이 그 길목을 누르고 있었던 때문입니다. 금신전선상유십이(今臣戰船尙有十二),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사옵니다. 죽을힘을 내어 싸우면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전선은 비록 적지만 신이 죽지 않는 한 적이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선조는 이순신에게 바다에서 싸우지 말라 했고 이순신은 끝까지 바다를 지키겠다고 했다. 이미 바다에서 무패 전승을 이룩한 장수의 확고한 신념이었다. 

이순신은 백성을 의지하고, 백성은 이순신을 의지했다. 

행록을 좀 더 들여다본다. “또 이순신은 영을 내리되, 이제 모든 장수와 군사들이 배도 고프고 옷도 없어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 죽게 되겠는데 하물며 적을 막아 주기를 어떻게 바랄 것이냐? 너희들이 만일 여벌의 옷이나 양식을 내어서 우리 군사들을 도와준다면 이 적을 무찌를 수 있을 것이요, 그래서 너희들도 죽음을 면하게 될 것이라 하니 백성들이 모두 그대로 실행하여 마침내 양식을 얻어 여러 배에 갈라 싣고 또 군사들도 옷 입지 않은 자가 없게 되어 승첩을 거두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순신은 진중에 있으면서 매양 군량을 걱정하여 백성들을 모아들여 농사를 짓게 하고, 고기를 잡게 하며, 소금을 굽고 질그릇을 만드는 일까지 안 하는 일이 없었다. 그것을 모두 배로 실어 판매하니 몇 달이 안 되어 곡식 수만 석을 쌓게 되었다. 식량이 조달되니 백성도 군사도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다.

또 이순신은 군중의 무기로 총통보다 더 중대한 것이 없으므로 동(銅)과 철(鐵)을 써야겠는데 준비된 것이 없어 마침내 민간에게 널리 거두어들였더니 한꺼번에 얻은 것이 팔만여 근이 되었다. 그것으로 주조하여 각 배에 나누어 넉넉히 쓰게 하였다. 이렇게 군영의 위세가 강성해지니 이순신을 의지해 사는 남도의 백성이 수만 호에 이르렀고, 군대의 사기가 충만해지니 이순신은 백전백승 무패의 승첩을 이룰 수 있었다. 

오늘의 CEO여, 먼저 사람의 마음을 얻어라!

도성은 무너지고 산천은 피폐해도 이순신의 통제영 만은 장엄했다. 왜 그랬을까? 이순신은 병법과 지략이 넘치는 장수였다. 반드시 이기게 만들어놓고 싸우는 선승구전(先勝求戰)의 장수였고, 혁신적 사고로 거북선과 정철총통 등을 창제 개발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장수였다. 죽기로 싸우면 오히려 살 수 있다고 군사를 독려하는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장수였고, 한사람이 물목을 지키면 천명의 군사도 두렵지 않다는 족구천부(足懼千夫)의 장수였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통제사 이순신에겐 백성의 마음을 감화시키는 섬김의 정신이 있었다. 전쟁에 조력한 의·승병 등 백성은 기꺼이 포상하고, 피난민의 소를 훔치고 거짓 소문을 퍼트린 어부는 목을 베어 효수하니 신상필벌의 위민(爲民) 정신이었다. 굶어 죽는 백성을 위해 둔전을 경작하고, 쌀 한 말, 기름 한 되까지 고르게 배분하니 공평무사의 구휼(救恤) 정신이었다. 장사들이 구름같이 모여들고 백성들이 이고 지고 찾아들어 진영이 웅장해진 이유였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으로 청년부터 노년까지 모두가 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다. 직장인·자영업자·중소기업 심지어 대기업조차 경제침체의 쓰나미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이 아무리 위기라 해도 이순신이 처했던 임진왜란의 위기보다 더할 순 없다.

이순신이 명량대첩에서 기적의 승전보를 올릴 수 있었던 여러 요인이 있다. 좁은 바다의 물목을 가로막는 일자진, 조류와 바람을 이용한 총통과 화공전 등 탁월한 전략전술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은 백성을 먼저 섬기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었다. 진정한 마음으로 백성을 감화시키니 얻어진 건 승리였다. 오늘의 CEO에게 백성은 곧 국민이고 고객이고 직원이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위기를 맞는 오늘의 CEO여, 승자(勝者)가 되고 싶은가? 먼저 사람의 마음을 얻어라! 명량대첩의 승장(勝將), 이순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