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재편되는 글로벌 가치사슬, 한국의 기회는?[이상근 칼럼]
코로나19로 재편되는 글로벌 가치사슬, 한국의 기회는?[이상근 칼럼]
  • 이상근 삼영물류대표이사,한국물류학회 부회장
  • 승인 2020.06.0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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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삼영물류대표이사, 한국물류학 부회장
이상근 삼영물류대표이사, 한국물류학 부회장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 선언 이후 전세계는 국경을 봉쇄했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이동 제한’은 공장가동을 중단시켰으며, 육·해·공 모든 교통망은 단절되었다. 이 사태로 기존에 겪어보지 못한 생산과 공급이 동시에 단절되는 ‘록다운(Lockdown·봉쇄)’을 경험했다.

개인과 기업의 일생생활과 경제활동이 제약되면서 기업의 경계를 초월하는 ‘글로벌 공급망(GSC Global Supply Chain)’이 훼손되면서 생산뿐 아니라 유통, 물류, 소비 활동에 이르는 ‘글로벌 밸류 체인(GVC Global Value Chain)’ 단절로 이어져 미증유(未曾有)의 경제위기가 시작되었다.

3월초에 블롬버그는 전세계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받으면 글로벌 경제는 3,200조가 증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4월14일 IMF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세계평균 -3.0%, 유로존 -7.5%, 미국 -5.9%, 일본 -5.2%, 우리나라 -1.2%로 수정 발표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기타 고피나스(Gita Gopinath)는 코로나19로 전세계의 경제 손실이 ‘21년까지 9조달러에 달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는 기업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원재료, 노동력, 자본 등의 자원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을 가치사슬(Value Chain)이란 이라는 모델로 정립했다. 기업 이윤 창출의 주 활동,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회계, 정보기술(IT), 인적자원(HR) 등의 활동을 모두 합한 것이다.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이 물적인 흐름에 집중한 반면, 가치사슬(Value Chain)은 공급사슬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설계, 개발, 부품조달, 생산, 물류, 유통과 판매, 사용, 서비스, 폐기 등 전 범위에 이르는 기업의 가치 창출 활동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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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현재, 기업들은 가치사슬을 전 세계로 확대했으며, 어떤 기업도 독자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내긴 힘들다. 기업은 생산요소 부존도, 지리적 위치, 글로벌 경영 여건 등을 감안해 비교우위가 있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가치사슬 의미에 세계화의 개념을 결합한 ‘글로벌 가치사슬’은 2개국 이상이 참여해 소재에서 최종 완성품까지 제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우리 경제발전에는 자유무역과 국제 분업체계가 큰 역할을 해왔다. ‘60·’70년대 산업 기반이 보잘것없던 우리나라는 산업의 생산단계를 국가별로 분담하는 GVC체계 안에서 선진국의 노동집약 제품의 하청생산을 하며 자본을 축적했다. ‘90년대에는 중국 등지에 해외공장을 지어 생산비를 낮추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중요한 환경이 됐던 GVC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과 함께 바뀌고 있다.

기존의 GVC는 철저히 생산비용적 측면과 시장 수요를 목표로 공급사슬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지난 20~30년간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기존의 GVC 전략인 ‘규모의 경제’를 위한 ‘집중생산’, ‘재고의 집중화’와 ‘지연전략’은 효율성을 달성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특정한 사슬(Chain 고리)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체 GVC이 무너지는 취약성에 직면하면서, 최적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글로벌 공급망을 크게 훼손시켜 글로벌 가치사슬은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먼저 글로벌 공급망 훼손으로 외국의 원·부자재 공급이 중단되면서 생산이 타격을 받았다.

자동차산업은 3만여 개 부품으로 구성된 특성상 모든 산업을 통틀어 가장 길고 복잡한 가치사슬을 갖고 있다. 부품 하나에 협력업체는 10개 이상까지 하류로 내려간다. 현대·기아차는 ‘와이어링 하네스’라는 부품을 80% 이상 중국에서 수입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이 부품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국내 완성차 공장이 적게는 4일에서 16일간 셧다운됐다. 국내공장 생산차질이 12만대, 2조 2,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완성차 5사는 도합 15만대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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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동남아 등에서 부품과 중간재를 수급하는 업체들도 '제2의 와이어링 하니스 사태' 우려에 비상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지 공장 폐쇄와 운송 지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동남아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중간재 수입 규모는 약 120조원, 전체 수입액의 38%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례 없는 글로벌 가치 사슬 타격에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북한도 북중 국경 봉쇄로 인해 중국산 원료와 원자재 수입이 중단돼 북한 내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의주 비누공장은 중국산 원료를 구하지 못해 비누 생산이 중단됐고, 담배 공장도 종이, 필터, 포장지 등 원자재 수입이 끊기면서 일부는 멈춰 섰다고 한다.

둘째는 각국의 수출규제로 글로벌 가치사슬이 타격을 받았다.

지난 2월 23일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 피터 나바로은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해 중국이 N95 마스크의 수출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4월16일 WSJ 보도에 따르면, 중국 규제당국은 4월 초부터 중국에서 생산한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기 및 보호장비 등에 대해 해외 수출 시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퍼킨 엘머는 중국 쑤저우 공장에서 코로나19 진단 키트 140만 개를 들여오려 했지만, 중국의 새로운 규제 때문에 막혔다. 상하이 당국은 3M이 현지에서 생산하는 N95 마스크 수출을 제한했다.

수출규제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식량 수출금지로 인한 공급망 단절 위기이다.

코로나19 이후 3월부터 베트남은 쌀 수출을, 러시아는 밀, 쌀, 보리 등 곡물 수출을, 세르비아, 카자스탄 등은 밀과 설탕 등의 수출을, 캄보디아는 4월부터 쌀과 벼의 수출을 금지했다.

UN 식량농업기구 압돌리자 아바시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자 이동이 어려워져 공급쇼크가 일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새로운 현상으로,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농산물 수출국의 수출 금지조치가 확대되고 국제물류시스템 중단이 지속될 경우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하고, 이는 각국의 식량안보 불안 요인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각국의 수출 규제는 글로벌 가치사슬이 망가지는 한 원인이다.


셋째, 원·부자재, 제품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GVC의 전제조건이 정치적인 이유로 제한되고 있다

‘18년부터 본격화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갈등도 기존 GVC에 부정적이다. 미국은 무역 상대 국들에게 반도체 제조장비 등 첨단기기의 중국 공급도 가능한 한 막고 있다.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를 비롯해 중국산 제품 사용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5월 15일 미 행정부는 중국의 화웨이를 겨냥한 압박정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작년 5월 중국이 화웨이 장비로 스파이 행위를 할 수 있다며,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의 화웨이 수출을 규제했다. 이번엔 미국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기업도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일일이 받도록 했다. 미국의 의지에 따라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망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도, 적당한 고통을 줄 수도 있다. 규제가 시행되면 화웨이는 반도체 조달이 사실상 봉쇄된다.

미국 회사들과 거래가 어려워지자, 자체 설계한 반도체의 생산을 대만 TSMC에 맡겨 왔지만 그마저도 막히기 때문이다. 전체 반도체업계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TSMC는 화웨이가 매출의 14%를 차지하고, 미국 인텔이나 퀄컴도 미국 밖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화웨이가 주요 고객사 중 하나다.

작년 7월 일본이 스미모토화학, 십에츠화학, JSR등이 공급하는 애칭가스, 감광액 등 반도체부품과 소재의 수출규제도 비슷한 정치적인 이유로 수출이 규제된 사례다.

마지막으로 물류의 단절이 글로벌 가치사슬에 중대한 타격을 줬다.

코로나19로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각국의 국경폐쇄, 항공기와 선박의 운행중단, 출근금지령을 발동했다. 이에 따른 공항·항만의 조업 중단, 수출입 규제 등에 따른 화물이동 제한 등으로 물류망이 단절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은 중대한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 후 각국의 국경폐쇄로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항공사들은 90%이상 여객기를 놀리고 있다. 항공화물 수요량은 35% 줄었지만, 항공화물의 절반 정도 운송을 분담해왔던 여객기 운항 편수가 급감했고, 생산공장의 생산지연 등으로 긴급화물이 발생되면서 화물운송은 스페이스 부족으로 혼란에 빠지고 있다. 일부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투입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씨인텔리전스(Sea Intelligence)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해상운송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운항이 취소된 컨테이너 서비스가 총 456회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머스크는 2분기 아시아 유럽간 10개 노선 중 2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CNBC에 따르면 컨설팅기업 매켄지가 지난 1월 초부터 4월까지 국제 컨테이너 화물선 운송량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항해 취소로 운송량이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미국의 식품 수입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상 운송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운송 차질로 제조업 소재, 부품, 기기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생산차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타격으로 국가별, 기업별로 GVC 재편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먼저, 글로벌 집중 생산과 글로벌공급망(GSC) 구축은 크게 축소될 것이다.

지금까지 총비용(Total Cost; 생산비+물류비+관세 등) 절감의 최선의 방법으로 자동차산업· 전자산업 등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추진되었던 글로벌 집중 생산은 일본, 태국 등의 연이은 자연재해에 이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공급망의 심각한 단절을 경험해 더 이상 확대하기 어려워졌다.

다국적기업들은 제품 생산의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생산거점의 다변화 작업과 공급체인의 안전화를 위한 안전재고 확보를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향후 글로벌 공급체인은 ‘중국+2’과 같은 다변화와 위기 발생시 공급망 재구축 전략 구축에 박차를 가할게 될 것이다.

둘째, 선진국 중심으로 제조업의 자국내 회귀(Reshoring)가 힘을 받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만 해도 효율성 및 공급가격 인하가 GVC의 주요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감염증 전파와 같은 비상상황에서도 얼마나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 지가 중요해졌다.

코로나19가 팬데믹 단계에 접어들며 GVC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각국 정부는 가능하면 국내에서 직접 제조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목표가 됐다.

해외에 나가 있는 공장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 회귀)은 GVC 재편과정에서 나오는 전략이다. 리쇼어링은 ‘10년대 초부터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정책화됐지만 당시에는 국내 일자리 창출이 주된 목표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의 리쇼어링은 원활한 GVC의 작동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리쇼어링을 GVC의 중요한 수정전략으로 잡고 있다. 특히 각국정부는 전략물자 외에 의료, 방역, 생필품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 기업을 회귀시켜 국가 안전망 구축과 제조업 역량 강화시켜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
 

셋째, 직구·역직구(Cross border e-Commerce)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면서 마스크에 혐오적이던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온라인에서 마스크와 생필품, 식료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소비자가 글로벌 직구·역직구 시장에서 마스크·손세정제 등 개인 위생상품을 판매·구매를 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동시에 품절되었고 각국은 앞다투어 마스크·손세정제 등을 수출금지 품목으로 발표했다. 코로나19는 이처럼 국가간 시장의 경계를 단숨에 붕괴시키고 있다.

코로나 19로 전자상거래는 더 이상 국내 기업 간 경쟁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간 거래(CBT, Cross-Border Trade)에서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국내에서 글로벌로 시장을 넓히고 있고,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스마트 물류와 첨단 ICT 도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장기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하에서 위기 대응을 위한 공급체인·밸류체인 리스크 관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은 수많은 크고 작은 위험에 노출돼 있고, 위험에 처할 때마다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서는 이미 늦다.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리스크에 대비하여 재고를 일상 수준 이상 보유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공급망을 분산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상당히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런 면에서 효율성과 리스크 사이의 균형이 기업의 고민이다. 기업은 수익성을 희생하지 않고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공급사슬 내에 확보하려 한다. 이를 위해선 각 산업의 공급사슬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위험을 이해하고, 자신의 기업에 적합한 리스크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상근 삼영물류대표이사, 한국물류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