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조셉 칼럼]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끄는 Social Impact Bond (SIB)
[윤조셉 칼럼]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끄는 Social Impact Bond (SIB)
  •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 무역경제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20.06.1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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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윤조셉</strong>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 ⓒ무역경제신문<br>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 무역경제신문 편집위원

 

Social Impact Bond (SIB, 사회성과연계채권)는 2010년 9월 영국의 Peterborough의 교도소로부터 출발하였다. 당시 영국에서는 단기 복역을 마치고 나간 출소자들이 출소 1년 안에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무려 63%나 되었다고 한다. 정부는 이러한 재범자들을 수감하기 위한 비용이 일인당 연간 4만 파운드에 달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재범자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으로 고심하던 정부에게 한 가지 제안이 들어왔다. 운영 기관이 여러 가지 활동들을 통해 재범률을 10% 낮출 것을 약속하며, 성공할 시에는 쓰인 비용과 인센티브를 받고 재범률을 낮추지 못하면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정부와의 계약을 체결한 운영기관은 민간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고 그 돈으로 사업비를 만들었다. 선정된 사업 수행기관은 지급받은 사업비로 재범률을 낮출만한 직업 교육, 마약 치료, 숙소 제공 등 여러 활동을 수행했고 이러한 활동이 실제로 재범률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독립적인 평가기관이 출소자들을 추적하여 성과를 평가했다. 2013년 첫 중간평가가 실시되었는데 놀랍게도 영국의 평균 재범률이 10% 상승한 반면 Peterborough의 프로그램 대상자들의 재범률은 11% 감소하는 성과가 도출되었다.

유럽을 중심으로 태동한 SIB는 이후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 등 주요국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국 뉴욕시는 청소년 재소자들의 재수감률 감소를, 독일에서는 미취업 청년의 취업률 향상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대학생들의 중퇴율 감소를 SIB로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국가에서 SIB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공공을 위해 예산을 사용하며, 그 예산의 원천은 국민의 세금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정부는 사업이 잘 되든 안 되든 관계없이 사업 수행비용에 세금을 사용해왔다. 이와 같은 예산집행 체계는 실패한 사업에도 늘 재정이 소모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납세자인 국민에게 사업 결과의 리스크를 돌아간다. 급증하는 공공사업의 수요는 지속적인 정부 예산부족 문제를 야기하고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압박이 극도로 증가하게 된다.

기존에는 정부가 민간과 협력을 하려면 정부와 사업수행기관의 직접적인 관계가 대부분이었다. 정부가 민간에 위탁 또는 용역을 맡기거나, 보조금을 주는 식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관리·감독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SIB는 기존 구조와 다르게 중간에 운영기관, 투자자, 평가기관이 들어옴으로써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정부가 공공사업을 수행할 때, SIB는 민간의 투자로 먼저 사업을 수행하고, 사업이 성공했을 때에만 정부가 예산을 집행해 상환해주면 된다. 실패한 사업엔 예산을 쓰지 않고, 성과에 집중할 수 있고 정부와 국민이 가졌던 리스크가 투자자에게 옮겨 가고, 투자자는 사회공헌 사업에 소모하던 예산으로 상환금을 받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최초 SIB 사례는 서울시 아동복지시설 내 경계선지능 아동을 대상으로 한 ‘경계선지능 아동교육’ 사업이다. 지능지수가 평균 70 이하면 지적장애이고 85 이상은 정상 수준이다. 71~84점은 장애로 분류가 되지 못해서 수급비나 특수교육 등 도움을 받지 못하는데, 이들이 방치되거나 학습이 지원되지 않으면 지적장애로 전환되어 일생에 걸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통계상 수급자가 되는 비율도 15배가 넘는다고 한다.

서울시 SIB는 11.1억원의 민간투자를 유치, 2019년까지 3년간 지속되었다. 대상 아동 중 33%의 지능지수가 정상 범주에 들어야 성공으로 평가한다. 2개 성과척도(웩슬러 아동지능검사, 아동·청소년 행동평가척도)에서 모두 충족돼야 하는데 사업이 최대 목표치를 달성하면 서울시가 인센티브를 포함 총 13.91억원을 상환한다. 본 사업의 결과는 평가 대상 수혜아동 중 52.7%가 성공함으로써 최대 성과목표를 10% 이상 초과달성하였고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약 25%의 인센티브가 상환되었다.

2017년 보건복지부에서 작성한 『기초생활보장제도 최초 수급판정 이후 지속현황』 자료에 따르면 4년 이상 탈수급하지 못하고 가난이 고착화된 인원이 약 100만 명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35%(35만명)에 해당하는 인원이 생산가능연령(25~59세) 이다. 1/3 이상이 탈수급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경기도의 SIB인 ‘해봄프로젝트’는 도내 일반수급자 중 연 400명씩 총 800명에 대해 맞춤형 취업교육과 일자리 연계를 통해 탈수급률 20% 성과달성을 목표로 진행되며, 총사업비 18억 중 15억원을 민간투자로 조달되었다. ‘해봄프로젝트’는 올해 평가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밑 빠진 독’에 낭비되는 시간과 예산을 방지하고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인 SIB는 정책의 혁신, 지속가능한 투자,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해 매우 유용한 수단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성과가 있는 사업에 예산을 집행해 무모한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고 투자자들은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동시에 수익을 남길 수 있으며 복지대상자들은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도래한 새로운 경제 환경에 대처할 새로운 생산성의 패러다임인 SIB가 더욱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