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철 칼럼] 고객을 벗어난 혁신기술
[신기철 칼럼] 고객을 벗어난 혁신기술
  •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선임부장 경영학박사 신기철
  • 승인 2020.09.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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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선임부장<br>경영학박사 신기철<br>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선임부장 경영학박사 신기철

전동휠과 전동킥보드 등 새로운 이동수단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를 대체하여 도심에서 출퇴근과 여가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동휠 전신은 2001년 출시된 세그웨이(segway). 개인용 친환경 이동수단인 세그웨이는 출시되자마자 모빌리티 혁신의 상징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20년 만인 지난 715일 생산이 중단됐다.

그 이유는 세그웨이가 기술혁신에 집착한 나머지 고객가치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개발당시 세그웨이의 기술 혁신성에 호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타임지는 가장 형편없는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고객입장에서 성능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한 가격 때문이었다. 초기가격이 1천만 원을 넘었다. 또 자동으로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는 강점에도 배터리가 약해지면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출시 후 6년 동안 3만 대가 팔리는데 그친 실패작이 되었다. 세그웨이는 샤오미에서 설립한 나인봇2015년 인수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나인봇은 1백만 원 이하 저가형을 내놓는 등 반전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현재까지 판매량은 14만대에 불과하다. 가치 있는 발명품이었지만 비싼 가격에 전동스쿠터 및 전동킥보드 등 다양한 모빌리티 수단에 더 경쟁력을 잃었다.

고객에 대한 통찰력 없이는 혁신제품도 시장성공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기술력이 우월했던 세그웨이의 실패 사례가 이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 집착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이유는 무엇일까? 혁신의 원천으로서 기술이 곧 시장이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다. ‘고객을 무시해라가 어느 순간 하이테크 기업의 혁신을 위한 성공 요소처럼 자리 잡았다.

혁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에 대해서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시장조사에 의존할 수는 없다. 이러한 주장은 고객을 통한 시장조사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지 혁신의 원천으로서 고객을 간과하라는 뜻이 아니다. 기존 제품의 개선점을 알고자 하는 경우에는 전형적인 조사 방식이 효과적이다.

스티브잡스는 시장조사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했다. 이 원칙은 끊임없이 고객에게 물어보는 대신 고객이 원하는 것을 깊이 생각하라는 말이다. 고객을 무시하라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고객이 획기적 혁신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고객은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 콘셉트에 대해서는 방향성을 제시 할 수 없다.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은 기술 중심적인 R&D에서 출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혁신적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급자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기 쉽다. 그래서 기술 만능주의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고객을 멀리한 채 개발한 혁신 기술이 시장 창출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세그웨이와 같은 혁신기술이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객 통찰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제품개발 단계에서 기술과 고객에 대한 대응을 통해 제품화를 결정한다. 기술 축은 어떤 기술이 무엇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에 대한 정의이다. 고객 축은 고객이 어떤 욕구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기술 자체에만 집중하면 제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 간과하기 쉽다. 그것은 고객관점에서 혁신이 아니다. 아무리 기능적으로 우수하더라도 사용하기 힘든 불완전한 제품이 되는 것이다. 신기술이 수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니즈와 환경이 종합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객 통찰력이 필요하다.

고객 통찰력은 이미 드러난 고객 니즈 그 자체가 아니다. 고객의 동기, 필요, 가치 등에 관한 드러나지 않은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들은 고객을 관찰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제품개발에 참여시키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기술은 최고의 경쟁력이다. 그러나 고객은 기술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고 가치를 구매한다. 따라서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이를 시장의 성공으로 연결해줄 고객 통찰력이며 이 두 요소를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20년 전 위대한 발명품이 고객을 몰라본 결과는 참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