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일본 기업들
위드 코로나 시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일본 기업들
  • 이강민 기자
  • 승인 2020.09.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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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2020년 일본 경제는 당초 예상 대비 40조 엔 축소될 전망이다. 2008년 리먼 쇼크 당시의 GDP 감소분이 21조 엔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신종 바이러스가 관광, 외식 등 서비스업을 시작으로 해 자동차, 기계 등 제조업 전반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변화한 시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업 분야에 도전장을 내미는 일본 기업들이 등장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움직임을 KOTRA 일본 나고야무역관이 정밀 분석하였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일본 내각부가 2020년 7월 말에 발표한 ‘중장기 경제‧재정에 관한 시산’에 의하면 올해 일본의 GDP는 전체 금액(약 550조 엔) 중 7.3%가량이 증발될 전망이다. 아베 정권이 2023년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던 ‘GDP 600조 엔’의 꿈에서도 멀어지고 말았다. 노무라증권의 미와 타카시 치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기업들의 자본 투자가 둔화되면서 잠재 성장률은 0% 초반대로 떨어진 채로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한다.

SMBC닛코증권의 조사에 의하면 도쿄증권 1부에 상장한 기업들의 2020년 2분기 순이익(8월 6일 기준)의 평균은 전년 동기 대비 67% 하락했다. 이는 리먼 쇼크 직후인 2009년 2분기 이래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또한 2020년도 실적 전망의 발표를 보류한 기업도 전체 상장기업의 30%나 된다. 도요타자동차는 코스트 절감을 통해 가까스로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으나 미쓰비시자동차, 전일본공수(ANA), 도시바 등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영업 적자를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많은 일본 기업들은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의 생존 전략을 마련하고자 새로운 비즈니스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기업인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기업 사례들을 정리해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의료‧위생 등 코로나19 특수 시장 진입

2020년 3~4월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등 코로나19의 전염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위생용품의 물량이 크게 부족했다. 일본에서도 마스크를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하면서 의료 현장을 중심으로 불안의 목소리가 확산됐다. 이에 샤프를 필두로 일본의 많은 대기업들이 사회에 공헌하기 위하여 마스크 등 위생용품 제조에 뛰어들었다.

예를 들어, 공작기계 대기업인 미크론정밀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페이스실드를 제작하고 이를 야마가타시에 기증했다. 미크론정밀에서 생산한 페이스실드는 라미네이트 소재를 이용해 투명도가 높으면서도 얼굴에 잘 밀착돼 공기가 새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미크론정밀의 사카키바라 켄지 사장은 “제조 노하우만 가지고 있으면 (페이스실드 등을) 곧바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각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통해 물량 부족 해소가 가능하다”라고 인터뷰했다.

미크론정밀에서 만든 페이스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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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일본경제신문

한편, 미크론정밀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 의료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이비인후과용 전동식 뼈 수술 기기인 ‘ZAOSONiC(이하 자오소닉)’를 출시하기도 했다. 미크론정밀은 의료기기 제조사인 다이이치의과와 야마가타대학 의학부과 공동으로 자오소닉을 개발했다.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주요 납품처인 도요타자동차 등 완성차 메이커로부터의 수주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사카키바라 사장은 “자오소닉을 통해 처음으로 (의료기기 시장의) 그라운드에 섰다”라며 “일단 게임에 참여한 이상 10년을 바라보고 키울 생각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무인양품, 유니클로 등 의류 업체도 마스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금은 마스크의 공급이 어느 정도 안정됐으나 전 세계적으로 2차, 3차 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성장 동력이 높은 시장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유니클로의 ‘에어리즘 마스크’는 6월 19일 발매 당시에 일본 전국적으로 오픈 전부터 매장 앞에 줄이 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도쿄의 유니클로 매장 앞에 줄 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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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일본경제신문


이에 힘입어 기존의 마스크 제품이 하얀색 부직포에 한정됐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다양한 디자인, 색상 및 소재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특히 스포츠용품 브랜드는 운동복이나 속옷 소재로 마스크를 만들어서 더운 여름이나 운동을 할 때에도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즈노의 기능성 마스크인 ‘아이스터치’의 경우 열을 빠르게 배출하는 소재 때문에 입 주위에 땀이 차지 않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여름용으로 출시된 마스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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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NIKKEI STYLE


직접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맞서 싸울 수 있는 기술에 주목한 기업도 있다. 운동기기 제조사인 MTG의 경우 나라 현립 의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서 수돗물을 전기분해해 세균 및 바이러스를 비활성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MTG측은 이 기술을 응용해 소독액 형태로 제품화할 계획이다. 또한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만드는 CDI도 최근 인체를 감지해 차아염소산수(살균액)의 미립자를 분무하는 기기를 시장에 선보이기도 했다.

기업 강점을 활용하여 기존 사업 분야 확장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넓혀나가는 기업들도 많다. 예를 들어 유명 편의점인 로손의 경우 2019년 8월부터 우버이츠와 연계해 ‘집으로 배달하는 로손’ 서비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도쿄만을 대상 지역으로 했으나 외출 자제 움직임을 발판으로 공격적으로 움직여 현재는 12개 도도부현 소재 1000개 점포에서 대응이 가능하다. 배달이 가능한 품목은 도시락, 디저트, 주류, 화장지 등 300개 품목이다.

서비스료(117엔)와 배달료(150엔)이 추가되지만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7월에는 3월 대비 매출이 11배 껑충 뛰었다. 로손의 담당자는 일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슈퍼 등에서 인터넷 주문을 할 수도 있지만 실제 수령까지 몇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우버이츠를 이용하면 15~20분이면 된다’라며, ‘우버 측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가맹점의 수익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버이츠 배달원이 상품을 수령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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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일본경제신문


여행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재택근무 등을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워케이션(work과 vacation의 합성어로 일과 여행을 함께한다는 의미)’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나 숲 등 자연에 둘러싸인 숙소에서 여유롭게 머물면서 일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도권에서 가까운 이즈, 카마쿠라, 카루이자와 등의 휴양지를 중심으로 장기 체재가 가능한 숙소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숙소에는 와이파이, 세탁기 등이 갖춰져 있어서 생활이 가능한 경우가 일반적이며, 아파트나 사무실 같은 타입도 있다.

워케이션 플랜을 광고하는 오키나와의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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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READY FOR

일본 최대 여행사인 니혼료코에 의하면 2020년에는 여름 휴가 시즌인 7~8월에도 국내관광 상품의 예약이 전년대비 70~80% 감소했다. 각 지역에서 코로나19의 감염이 다시 확산되면서 아이치현 등 주요 도시에서 제2차 긴급사태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비교적 고가격대의 상품이기도 한 워케이션 패키지가 여행 업계의 숨통을 트여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신규 사업 모델 창출

한편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나고야에 본사가 위치한 타카라택시 그룹이 대표적이다. 타카라택시는 지난 8월 26일 일본의 택시 회사 중에는 최초로 쇼핑 대행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슈퍼, 드러그스토어 등에 물건을 사러 가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을 타깃 이용자로 한다.

이 서비스는 물류 스타트업 CBcloud가 운영하고 있는 배달부(이 경우 택시 운전사)-이용자 매칭 플랫폼 ‘Pick Go’(이하 픽고)를 기반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픽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등록된 점포에서 구매하고 싶은 상품을 고른 뒤 운전사의 얼굴 사진 및 평가 등을 참고해 쇼핑 대행을 요청하면 끝이다. 대행 요금은 점포 및 상품의 수, 배달 시간 등에 따라 책정된다. 또한 주문한 물건을 현관 앞 등 지정된 장소에 두는 방식이기 때문에 대면 접촉에 의한 감염 리스크도 없다.

Pick Go의 이용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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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CBcloud

도요타 계열의 부품 제조사인 아이신정기도 최근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음식 배달 서비스 ‘카리야 메시(일본어로 밥이라는 의미) 크루’를 새로 시작했다. 이용자가 전용 사이트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아이신정기 소속의 운전자가 음식점과 이용자의 집을 모두 돌면서 배달을 하는 방식이다. 아이신정기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위치정보 기술을 활용해 최단 경로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배달 음식을 차에 싣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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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일본경제신문


JR 카리야역 인근에서 오코노미야키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O씨는 6월에 카리야 메시 크루에 등록했다. KOTRA 나고야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O씨는 “긴급사태 중이었던 5월에는 매출이 평소 대비 3분의 1까지 줄어들었었다”라며, “그런데 (카리야 메시 크루 등록 이후) 새로운 고객이 유입돼 한 달 평균 40건 정도 주문이 늘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서비스는 아이신정기의 이와타 히데유키 씨가 한 달 반 만에 개발한 것으로써 원래는 법인용 서비스였으나 7월 말부터는 이용자를 개인(일반 가정)으로 확대했다. 또한 서비스 시간도 늘려서 현재는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와타 씨는 "본래 제조업의 경우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에는 1년 단위의 시간이 필요하나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새로운 감각과 방법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며, "앞으로 음식 배달에 한정되지 않고 모빌리티를 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시사점

최근 한국 및 일본의 언론에서는 ‘위드 코로나’, ‘뉴노멀’ 등의 단어가 많이 보인다. 코로나19가 일정 시간이 흐르면 종식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을 쓰던 몇 달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해야만 하는 생활이 생각보다 오래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신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는 우리 기업들이 참고하기 좋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크론정밀의 페이스실드, 아이신정기의 배달 서비스 등의 사례는 제품·서비스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독자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켜내는 데에도 성공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축적해 온 노하우와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아이신정기는 앞으로 성장해나갈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해나갈 수 있는 포석을 마련한 셈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