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31 22:00 (토)
[신기철 칼럼] 역발상 혁신
[신기철 칼럼] 역발상 혁신
  •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선임부장 경영학박사 신기철
  • 승인 2020.10.0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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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선임부장<br>경영학박사 신기철<br>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선임부장 경영학박사 신기철

기원전 216년 알프스를 넘은 한니발 부대가 칸나이 평원에서 로마군대와 부딪혔다. 로마군이 2배나 많았다. 로마군은 양 측면에 기병이 버티게 하고 중앙의 보병으로 승부를 내려 했다. 한니발은 이를 예측하고 중앙부에는 갑옷도 변변치 않은 보병을 포진시켰다. 전투가 벌어지자 중앙부의 보병이 후퇴했다. 로마군은 중앙부의 보병을 쫓다가 개미지옥에 갇히는 형태가 되고 말았다. 움직일 수 없게 된 로마 보병을 양측면에서 카르타고 기병이 공격했다. 카르타고군은 6천 명이 전사했지만 7만 여명에 달하던 로마군은 전멸 당했다. 이후 칸나이 전투는 섬멸전의 교본이 되었다.

칸나이 전투의 승리는 교본에 없는 역발상과 창의적인 전술 덕분이었다. 한니발은 알프스를 횡단하고 땅을 파고 매복하는 등 기발한 전술을 펼쳤다. 현장의 지형과 상황에 적합한 전술적 창의력을 발휘했다. 로마군은 전술적 교범에 따라 싸웠다. 결국 한니발의 지형과 상황을 고려한 역발상에 무너졌다.

역발상은 뒤집어 보는 것이다. 혁신가는 남들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생각에 비정상적인 시비를 거는 것이다. 선풍기에는 날개가 있다는 가정을 없애버리지 않는 한 날개 없는 선풍기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풍기에 날개가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돌 직구를 날리지 않으면 레드 오션에서 피 튀기는 가격경쟁을 해야 한다. 그런데 독일 ‘다이슨’ 기업에서 출시한 선풍기에는 날개가 없다. 기존가정을 버리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획기적으로 바뀐다. 그래서 생각지도 못한 제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비 오는 날 접이식 우산 때문에 낭패를 보기 쉽다. 우산을 접거나 펼 때 빗물을 뒤집어쓰기 일쑤다. 영국 카짐(Kazim)은 그런 문제점의 해결에 나섰다. 10여 년의 관찰과 연구 끝에 이중(二重) 우산살 장치를 적용한 신개념 우산을 창안했다. 자신의 성(姓)과 '엄브렐러(umbrella)'를 합성하여 '카즈브렐러'라고 이름 지었다. 이 우산은 젖은 겉면이 안으로 접혀 들어가서 물이 안쪽에 고이기 때문에 밖으로 흘러내리지 않는다. 우산의 안팎을 모두 방수섬유로 마감했다.

이 제품은 2010년 영국 특허를 받았다. BBC는 ‘거꾸로 우산’을 사업화가 유망한 발명품으로 소개했다. 2015년 킥 스타터(kick starter)에 소개되자 목표액보다 10배나 더 모금돼 상품화가 빠르게 이뤄졌다. 킥 스타터는 투자를 받기 위해 상품의 아이디어, 목표 모금액, 출시 계획 등을 알리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이다. 생활 속의 불편을 역발상으로 해결한 카짐은 그 보상을 받고 있다.

보국전자의 세탁하는 전기매트도 역발상 사례다. 보국전자의 대표적인 제품은 전기장판, 전기요 등 각종 온열침구다. 연간 30만 장에 육박하는 전기요와 장판의 성공 비결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보국전자의 역발상은 ‘전기매트를 세탁하자’이다. 쓰다보면 때가 타고 깔끔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한순간에 불식시킬 있는 방법이다. 보국전자의 혁신적인 발상은 처음 전기매트를 개발하던 창업 당시부터 시작되었다. 고질적 문제인 위생, 전자파, 안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초창기 보국전자에서는 ‘전자파 차단 시스템’과 ‘항균 기능’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보국전자는 기술적으로 가장 실현하기 어렵다는 ‘세탁하는 전기요’를 인정받고 싶었다. 기술혁신은 거듭됐고 마침내 2014년 꿈의 온열침구로 불리는 ‘워셔블 전기요’를 출시했다.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기술이었다. 원리는 무엇일까? 기존 제품은 열을 발생하는 전기 열선의 고정이 불안정해서 세탁하면 열선이 엉켜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높았다. 이 문제를 첨단 원단 소재를 이용한 상·하판 초음파 압착 기술로 해결했다. 물이 침투했을 때 접속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전 문제는 방수코팅 기술로 잡아냈다.

워셔블 전기요는 스위스, 러시아, 독일에서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서양에서도 ‘덮고 자는 침구 문화’에서 ‘깔고 자는 침구문화’로 전환되는 추세가 생겨나고 있고, 등이 따뜻한 온돌문화를 선호하는 해외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상대가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승리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