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7 15:24 (금)
증강현실(AR), 팬데믹 덮친 美 소매업계의 돌파구 될까
증강현실(AR), 팬데믹 덮친 美 소매업계의 돌파구 될까
  • 이강민 기자
  • 승인 2020.10.30 18: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AR에 대한 소비자 관심과 활용 급증
- 美 소매업계 다양한 브랜드들, AR 활용해 소비자 경험 향상 중

지금까지 미국에서 약 830만 명을 감염시키고 22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의 기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그에 더해 보건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겨울까지 코로나19 제2의 대유행을 예고하며 큰 우려를 표하기도 해, 소비자들은 여전히 외부 활동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팬데믹 시대의 소비 시장은 점점 더 접촉을 피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새로운 소비 방식에 대한 적절한 솔루션 중 하나로 미국 소매업계에서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이 전보다 더 큰 관심을 얻고 있다. 단순히 ‘부가적인’ 기능이 아닌 ‘필수’로 바뀌고 있는 소매업계의 AR 활용 트렌드에 대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무역관이 정밀 분석하엿다.

팬데믹과 맞물려 AR에 대한 소비자 관심 껑충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소비자들은 크게 변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외부 출입을 피하면서 제품과 가격을 비교하기도 편리하고 클릭 한 번이면 문 앞까지 배달되는 ‘온라인 쇼핑’이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을 소비 트렌드 변화의 가장 큰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이커머스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는데, 구매할 상품을 ‘직접’ 보거나 착용해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매우 적절한 솔루션 중 하나로 AR이 떠오른 것이며,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AR의 편리함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영학계 매거진 Harvard Business Review에 따르면, 2019년 닐슨 글로벌 설문조사(Nielsen global survey)에서 소비자들은 실생활에 적용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로 AR과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을 꼽았다.

 또한, 설문 대상 소비자들 중 약 51%는 구매할 제품의 평가에 AR/VR 기술을 기꺼이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팬데믹 이전에도 이처럼 높은 소비자 관심도를 기록한 AR은,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패턴 변화와 더불어 이제는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한 화려한 기능이 아니라 실제로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유용한 해결책으로 더욱더 주목받고 있다.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의 대표주자인 Shopify의 최신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에서 AR 기능을 갖춘 제품이 AR 기능을 갖추지 않은 제품보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Conversion rate)이 약 94% 높은 것으로 밝혀져 AR의 실효성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AR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美 소매업계 브랜드들

최근 미국 소매업계에서는 여러 AR 앱들이 온라인 쇼핑 소비자에게 제품을 가상으로 ‘미리 보는’ 경험을 제공 중이며, 실생활에서 손쉽게 만나볼 수 있는 캐주얼 브랜드인 IKEA(종합 가구 인테리어 판매점)나 The Home Depot(종합 가정관리용품점)뿐만 아니라 Louis Vuitton이나 Gucci와 같은 명품 패션 브랜드까지 포함돼 실제로 매우 다양하다. 

주요 브랜드들이 어떻게 AR을 활용하고 있는지 간략히 살펴본다.

팬데믹 초기에 여러 지역에서 록다운 조치가 취해지던 무렵, 실제로 제품을 ‘착용해보는 경험’이 특히 중요했던 주얼리 업계는 매장 문을 열지 못하며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 시기에 유명 주얼리 브랜드 Kendra Scott에서는 별도의 앱 설치가 필요 없는 웹사이트 내 AR 기능을 신속하게 도입해, 귀걸이나 목걸이 등을 집에서도 가상으로 착용해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 좋은 반응을 이끈 바 있다.

올해 중반 이후 록다운 조치 등의 제재가 서서히 완화되고 오프라인 소매점들도 점차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특히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 및 점포 내부와 직원들의 ‘위생’과 ‘안전’이 더욱더 중요해졌다.

 역시 실제 테스트가 매우 중요한 뷰티 소매업계에서도 이러한 위생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 화장품 테스팅을 금지했고, 이에 따라 Sephora와 Ulta Beauty 등 대표적인 뷰티 소매 브랜드는 실제 테스팅과 유사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AR 기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4년 전 출시된 Ulta의 AR 가상 테스팅 도구인 ‘GLAMlab’은 올해 그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Ulta Beauty에서 판매 중인 파운데이션 제품들은 코로나19 이후 5000만 건 이상의 AR 테스트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Ulta Beauty의 GLAMlab 사용 모습

 

  

주: 카메라 라이브 영상, 본인의 사진, Ulta에서 제공된 사진으로 사용 가능

자료: Ulta Beauty 웹사이트(https://www.ulta.com/innovation/glamlab/)

 

의류 판매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의류 등 종합 할인 판매점 Kohl’s는 지난 5월 인기 소셜 미디어 앱 Snapchat과 협업해 ‘Kohl’s AR Virtual Closet’을 출시했다. 스마트폰과 Snapchat 앱을 통해 소비자들은 가상 탈의실에 들어가 의류 제품을 실제로 착용해보고 여러 제품을 믹스 앤 매치해 볼 수 있으며,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다면 별도의 웹사이트로 이동하지 않고 해당 앱에서 바로 결제까지 할 수 있다. 한편, 대표적인 데님 의류 브랜드 Levi’s의 경우 제3자와 함께 AR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AR 소매 전략을 취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Squad라는 AR 툴을 통해 본인이 가상으로 의류를 착용한 모습을 친구나 지인에게도 보여줄 수 있어, 이와 같은 Levi’s의 접근법은 팬데믹으로 사회적인 교류가 그리워진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좋은 수단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Kohl’s 웹사이트에 소개된 Kohl’s AR Virtual Closet

자료: Kohl’s 웹사이트

(https://corporate.kohls.com/news/archive-/2020/august/reimagining-the-digital-shopping-experience-with-snapchat)

한편, 패션 소매업계에서는 차세대 AR 경험으로서 ‘AR을 활용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오프라인 매장에서뿐만 아니라 가상 탈의실과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도 동일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AR 게임들은 소비자의 흥미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상의 친목까지도 도모할 수 있게 해 최근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명품 패션 브랜드 Burberry의 모바일 레이싱 게임인 ‘B Surf’가 가장 대표적인 AR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로 꼽히며, 이 외에 Estee Lauder, Gucci, Miu Miu 등 유수의 럭셔리 브랜드까지 AR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아케이드 게임을 제공해 이목을 끌고 있다.

Burberry의 Facebook에 소개된 AR 레이싱 게임, B Surf

 

자료: Burberry Facebook

(https://www.facebook.com/Burberry/videos/introducing-b-surf/275546253716348/?redirect=false)

 가상으로만 존재하는 상품 ‘AR 굿즈’, 새로운 AR 영역으로 떠올라

최근에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실제 상품 구매에 도움을 주는 기존 AR의 기능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새로운 AR의 영역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가상으로만 존재하는 상품인 ‘AR 굿즈(Goods)’가 바로 그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상 상품(Virtual merchandise)은 이미 e스포츠 분야에서 알려진 바 있는데, 인기 온라인 게임 League of Legends의 e스포츠 현장에서 럭셔리 브랜드 Louis Vuitton은 캐릭터에 착용시킬 수 있는 가상의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한 사례가 있었다. 이와 같은 온라인 게임 내 가상 상품의 전 세계 판매 시장은 2022년까지 약 5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Harvard Business Review는 예측하고 있다.

가상 상품에서 조금 더 발전한 AR 굿즈는, 소매업계 내의 기존 AR 활용 방식인 ‘가상 체험’의 차세대 버전이라 칭할 수 있겠다. AR 기능을 통해 실제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라면, 이러한 실제 제품에 더해 화상회의나 화상 게임 등 가상의 공간에 나타나는 모습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 의류, 액세서리 등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AR 굿즈는 값비싼 명품 브랜드의 실제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이 조금 더 저렴한 비용으로 가상에서 대신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한편, AR 굿즈가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또 다른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예술품 시장’이다. 지난 3월, KAWS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아티스트 Brian Donnelly는 AR 전시회로 처음 데뷔했는데, 이 AR 전시회에서 그는 일주일에 7달러(한 달에는 30달러)로 렌트할 수 있는 AR 조각품을 선보인 바 있어 매우 흥미롭다. 

시사점

AR을 활용해 소매업계가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바로 ‘소비자 경험’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쇼핑 경험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으며, 팬데믹 이후 그 중요성은 더 증가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과 더불어 급격히 증가한 온라인 소매업계에 AR은 부족한 소비자 경험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필수적인 수단으로 분석된다. 미국 뷰티업계 바이어인 A사의 K 매니저는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AR 기술 기반의 여러 가지 서비스들은 소비자들에게 새롭고 즐거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소비자 만족도 또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질의 소비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높은 소비자 만족도는 향후 브랜드 인지도 또한 상승시키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팬데믹이 장기화됨에 따라 소매업계의 AR 활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관련 업계의 기업들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미국 AR 리테일 분야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공략해 볼 필요가 있겠다.

AR 기술을 이용한 온라인 솔루션뿐만 아니라, 스마트 미러나 스마트 디스플레이 등 향후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오프라인 소매업계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AR 하드웨어 분야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한편, AR을 이용한 소비자 경험은 소비자 개개인의 실내 환경이나 외모 등이 노출되어야 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AR 분야를 공략하는 기업들은 AR 데이터 보안 기술 등에도 초점을 기울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