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7 15:24 (금)
[윤조셉 칼럼] 한국형 ‘탈피오트’의 필요성
[윤조셉 칼럼] 한국형 ‘탈피오트’의 필요성
  •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
  • 승인 2020.11.0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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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

이스라엘은 욤키푸르 전쟁 패전 6년 후인 1979년 ‘탈피오트 부대’를 창설했다. 탈피오트는 '끝까지 파고들어 최고의 경지에 오른다'는 뜻의 히브리어로 탑 꼭대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상식을 초월하는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고강도의 문제해결식 교육은 물론이고 부대 내에서 이견이 있을 경우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표출할 수 있게 조치했다. 다수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직책을 둘 정도다. 최고의 인재 50명을 매년 선발해 3년 동안 언제,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전투의 현장에서 당장 필요한 기술을 개발했고, 전역한 이후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군에서 개발한 기술이 산업현장으로 전파된 것이다.

탈피오트는 군사적인 방어를 목적으로 만들었으나 그 생도들은 기술 강국인 이스라엘의 혁신을 이끄는 첨병 역할을 해왔다. 이들이 글로벌 기업 현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아이언돔, 자율주행 알고리즘, 인터넷 보안 기술 등이 군에서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탈피오트 출신들이 창업한 기업들은 한 때 나스닥에서 미국 보다 많을 정도였다.

탈피오트는 현재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우상이다. 고3 학생들의 관심은 더 이상 하버드나 프린스턴이 아니라 탈피오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남녀 모두 2~3년의 의무복무 제도를 두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는 군복무를 창업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역한 군인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전역 전 4개월 동안 창업 교육을 적극 실시한다.

의무 복무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제대를 앞둔 우리 군인들의 70% 이상이 미래 진로에 관한 걱정을 많이 한다. 일반 사회와 단절된 채 지내는 군인인 만큼 급속히 변화하는 환경의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적응력은 열악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의 공백이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국방부와 ㈔스파크가 추진하는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와 ‘찾아가는 군 멘토링’ 프로그램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올해 5회 차를 맞은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는 국방부 주최, 스파크 주관, KT&G 후원으로 운영된다. 정부기관과 기업, 민간단체의 3자간 협업으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좋은 협업모델이 되고 있다. 군 복무 중 생각했던 좋은 아이디어들을 실제 창업 아이템으로 제안하고 지원받을 수 있어 군인들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군 제대 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군인들에게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고 새로운 병영문화 개선을 통한 군 전력 증강을 위해 2016년부터 시작되었는데 각 부처의 입상자들이 모여 왕중왕을 선발하는 ‘도전! K-스타트업 2020’의 국방부 예선을 겸하는 대회이다.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는 올해도 각 군 소속 939개 팀이 참가를 희망해 뜨거운 열기를 재확인했다. 코로나19 상황 극복을 위해 지난 3~5월 열린 예선대회도 온라인으로 개최, 우수팀을 선발했다. 예선을 통과한 25개 팀을 대상으로 서류평가와 발표심사 등 엄격한 과정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했고 이 중 9개 팀이 ‘도전! K-스타트업 2020’ 결선에 진출했다. 국방부와 ㈔스파크는 지난해 ‘도전! K-스타트업 2019’에서 국무총리상(뉴아이비팀·폴대가 필요 없는 웨어러블 스마트 주사액 투여 장치), 국방부장관상(SolEM팀·전기자동차용 고성능 배터리 양극소재)을 수상하는 등 전체 10개의 상 가운데 6개를 휩쓰는 성과를 거뒀다.

짧은 기간이지만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를 통한 탁월한 성공사례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2017년 당시 상병이었던 스타스테크 양승찬 대표는 불가사리를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로 국방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스타스테크에서 생산하는 ECO-ST1(에코스트 원)은 해양 폐기물인 불가사리 추출물을 활용한 친환경제설제다. 염화칼슘 대비 166% 높은 융빙성능, 0.8%에 불과한 철부식률 및 콘크리트 파손방지와 식물황화 저감 등 친환경성에서 탁월한 성능을 외부 공인 실험기관에서 검증받았다. 국내외(러시아, 일본) 특허등록 및 북미, 유럽, 중국 출원-심사 중이며, 우수조달 등록, 혁신시제품 등록을 통해 전국 지자체에 납품하고 있다. 스타스테크는 중기부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빠르게 사업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또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스파크 개인투자조합의 초기 투자 및 한화투자증권, CKD창투로 부터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해 업계 최초 스마트 팩토리 구축도 완료하였다. 최근에는 여수 제2공장에서 액상 친환경제설제와 액상 비료 생산을 준비 중이다. 양승찬 대표는 한국공학한림원 차세대공학리더상 수상, 그리고 금년 4월 포브스지 선정 ‘아시아 30세 이하 300인 리더’에 선정된 바 있다.

2017년 10월 내놓은 링티는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성공사례이다. 몸이 아프거나 과로를 했을 때 링거 주사를 맞으면 몸이 개운하다. 하지만 병원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 날카로운 주삿바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주 맞긴 어렵다. 링거는 150년 전 영국 의사 시드니 링거가 개발한 수액이다. 방법이 불편하지만 150년 동안 달라지진 않았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당시 특전사 군의관 이원철대위를 중심으로 4명의 군의관들이 모였다. 훈련하다 탈진한 병사들을 위해 마시는 링거 ‘링티’를 개발했는데 가루 분말을 물 500ml에 섞어 마시면 수액 주사를 맞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에서 1등으로 육군참모총장상을 받았고 ‘도전! K-스타트업’에서는 국방부장관상을 받았다. 제품 출시 전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투자금을 받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1억6000만원을 투자 받았다. 2019년 5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현지 판매를 진행 중이다. 이 대위는 의사 대신 사업가의 길을 걸으면 이원철대표로 활약을 하고 있다.

국방부와 ㈔스파크는 올해부터 군 장병들에게 기업가정신 및 창업이해 교육을 통해, 미래 진로 및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역량을 갖추는 ‘찾아가는 온-오프라인 전문가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으로 장병들의 진로에 대한 불안감 해소와 활발한 병영문화를 조성하며 기업가 정신 함양을 통해 군에서 장병 주도의 자발적 학습 문화를 만드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국형 탈피오트’를 통해 많은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군에서 배출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