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2 10:28 (금)
[이상근 칼럼] 코로나19가 몰고온 탈중국화와 리쇼어링
[이상근 칼럼] 코로나19가 몰고온 탈중국화와 리쇼어링
  • 이상근 삼영물류대표이사, 한국물류학 부회장
  • 승인 2020.11.3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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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br>한국물류학회 부회장
이상근 삼영물류대표이사, 한국물류학 부회장

영국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5월16~22일) 발행호의 표지를 '굿바이 세계화 (Goodbye Globalization)’로 장식하고, 전 세계적인 리쇼어링(re-shoring) 흐름에 대해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람이 집과 국가 안에 갇히자 생산이 멈췄고, 물류가 끊기고, 무역이 줄었다. 사람과 무역, 자본의 흐름이 멈추면서 세계화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활동은 점점 국가안보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며, 국가안보와 밀접한 관계를 고려할때 경제의 세계화보다는 자급자족 기능을 찾는 경제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년 코로나 사태로 약 90개국이 의료물자 수출을, 29개국이 식품 수출을 중단했고, 국가 간 여행 제한으로 국경도 막혔다. 세계 주요국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지역간의 봉쇄(lock down)와 시설의 폐쇄 (shut down)를 실시하면서 주요 산업은 주요 부품의 공급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생산기지를 접고 자국으로 돌아갈 것을 고민하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후인 ‘10년대 신보호무역주의가 등장하고,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우선주의’를 외치면서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을 본국으로 회귀시키려 정책을 펼쳐왔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 제조국가들의 밸류체인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각국은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통해 글로벌 벨류체인(Global Value Chain) 보다 로컬 벨류체인(LVC Local Value Chain)을 강화하는 구조적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각국은 GVC 상의 일부 부문을 해외에 의존하기보다 자국에 집중하는 LVC를 강화하는 리쇼어링과 니어쇼링 정책을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각국은 중국에 집중되어있던 해외 생산거점을 본국으로 회귀시켜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도 기여하게 하는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GVC가 약화되고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near-shoring: 인접 국가로 생산라인 분산) 등 LVC를 강조하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10년 '메이크 잇 인 아메리카(Make it in America)’ 정책을 추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기업이 해외에 아웃소싱할 때 받는 세금 혜택을 없앴고, 제조업 연구 개발R&D 지원과 제조업 인프라 개선을 강화했다.

‘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탈세계화'와 ‘독자제조생태계 강화’ 기조에 발맞춰 진행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산구매(Buy American), '미국인 고용(Hire American)을 골자로 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0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리쇼어링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미국 상원도 'CHIPS for America Act' 추진해 반도체의 자국 생산을 위해 공장 건설과 R&D 지원 세액공제 등을 통해 220 달러 지원을 실시할 계획을 세웠다.

기존 35%까지 부과하는 4단계 누진형 법인세율도 21% 단일 세율로 대폭 인하했다. 리쇼어링 기업의 공장 이전 비용도 20% 보조했다.

미국은 GVC에서 중국 의존을 줄이고 ‘독자 제조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목표였다.

이를 위해 미국 본국으로 회귀하는 리쇼어링 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로 선회해 생산라인을 분산하는 니어쇼어링도 유도하고 있다.

애플은 ‘18년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자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했다.

생산거점이 한곳에 집중될 경우 발생하는 리스크를 분산시키겠다는 전략이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그 속도가 빨라졌다.

코로나 충격으로 ‘20년 1분기 출하량이 10% 가까이 줄어들자, 애플은 중국에서 전량 생산하던 '에어팟’을 베트남에서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 2분기 ‘아이팟’ 전체 출하량 중 30% 정도를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또 애플은 대만에는 100억 대만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향후 5년간 중국에서 생산하는 ‘아이폰’ 물량의 5분의 1을 인도로 옮길 예정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중국 내 생산 공장을 태국이나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이전 추진 중이다. 구글은 보급형 스마트폰인 ‘픽셀4a’를 앞으로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 하반기 선보일 차세대 스마트폰 ‘픽셀5’ 모델은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태블릿 PC인 ‘서피스(Surface)’ 제품을 올 하반기부터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인텔도 미국 내에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 위탁 생산시설를 건설할 계획이다. 미 정부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추진 중인 반도체 자급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은 열도로 돌아오라" 하고 외치고 있다.

일본정부는 중국 등 해외시장을 겨냥한 진출을 적극 장려하던 방향에서 벗어나 "일본 기업은 열도로 돌아오라" 하고 외치고 있다.

일본은 ‘13년 수립된 '아베노믹스'는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 인근 10여곳에 ‘국가전략특구제’를 도입하는 등 리쇼어링 정책을 본격 추진 중이다. ‘18년에는 기존 30%였던 최고 법인세율을 23.2%로 낮췄으며, AI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는 20%대 전후까지 인하했다.

작년말 기준 중국산 소재·부품 의존도가 21% 수준인 일본은 지난 3~4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공장이 셧다운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자,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일본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이전비용 등을 충당할 수 있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일본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 정책을 내놨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올 경우 보조금으로 2200억엔(약 2조5000억원), 중국 공장을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옮겨가면 235억엔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긴급경제대책 예산 117조엔 가운데 ‘공급사슬 개혁’에 2435억엔(약 2조8000억원)을 배정했다. 일본 기업이 중국 생산공장을 이전할 때 비용의 3분의 2까지 지원한다.

일본뿐 아니라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제품 생산을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전할 때도 지원한다.

지난 7월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아이리스오야마, 샤프 등 중국 생산공장을 일본으로 유턴시킨 기업 57곳에 574억엔의 지원금을 준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을 벗어나 리쇼어링, 니어쇼어링을 한 일본 기업 87곳이 이번에 받은 보조금 총액을 700억엔으로 추정했다. 경제산업성은 중국 공장을 베트남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옮기는 30개 기업에도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보조금과는 무관하게 이전을 진행하거나 완료한 굴지의 일본 기업들도 많다. 브라더, 교세라, 후지제록스 등은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샤프는 장쑤성에 있던 다기능 프린터 생산설비를 이미 태국으로 옮겼다.

독일은 '인더스트리4.0(Industry 4.0)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

독일은 값싼 인건비에 의존하던 해외 생산을 스마트공장 같은 제조업의 스마트화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리쇼어링을 유인하고 있다.

프랑스는 의약품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30여 종의 의약품의 국내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13년부터 리쇼어링을 촉진하기 위해 진단 프로그램 (콜베르Colbert 2,0)을 개발했고, 'MIF(made in France)'라는 국가브랜드를 활용해 전시회를 기획하고 수백여 기업이 참여하게 했다. 그 결과, 르노 자동차, 미쉐린 타이어 등 최근 4년간 40여 개 기업이 리쇼어링 했다.
대만은 ‘12년부터 ‘14년까지 추진한 '국내 유턴 추진방안’을 기점으로 리쇼어링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19년부터는 중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대만기업 리쇼어링 투자 액션플랜'을 시행했는데, 대만 정부가 지정한 공단에 입주하면 임대료를 6년간 감면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세계 각국은 '리쇼어링 전쟁’에 총력을 다하나 한국 기업은 지속적으로 해외로 나가고 있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12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해외 신규법인 설립 개수는 ‘12년 2,788개에서 ‘19년 3,953개로 증가했고, 투자금액은 ‘12년 296억 달러에서 ‘19년 약 619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우리나라 리쇼어링 정책은 지난 ‘06년 재정경제부가 ‘기업환경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정부 정책프로그램으로 처음 등장했으나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13년부터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법률’을 제정한 후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며 리쇼어링을 독려해왔다. 그러나 ‘13년부터 ‘20년까지 국내로 다시 돌아온 기업은 71곳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리쇼어링'을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 대부분은 국내로의 리쇼어링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쇼어링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었지만, 현실적인 유인책까지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한국 기업 공장을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으나 정작 기업들의 반응은 차갑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금년 6월21일 국내 제조업체 308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포스트 코로나 기업 대응현황과 정책과제’ 조사에 따르면 해외공장을 가진 기업 94.4%가 ‘국내 복귀 계획 없다’고 답했다.

정부는 금년 6월 1일 '2020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유턴 기업에 대한 세제 ·금융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해외사업장을 청산· 양도하거나 축소· 유지하면서 국내 사업장을 신설· 창업하는 경우에만세제를 지원했는데, 앞으로는 국내 사업장을 증설하는 경우에도 증설에 따른 사업 소득에 대해 세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해외사업장 생산량을 50% 이상 감축할 경우에만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했지만, 향후에는 생산 감축량에 비례해 세금을 감면하기로 했다.

또한 국내 전 지역을 대상으로 유턴 기업의 입지· 시설 투자와 이전비용 등을 지원하는 유턴 기업 보조금을 신설하고 유턴 기업의 제품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스마트공장과 로봇 보급 사업 지원도 강화하기로 하는 등 진일보한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리쇼어링 입지 규제완화, 세제 지원, 이전비용과 시설투자 지원을 약속 만으로는 기업들이 볼 때 해외 사업장을 철수하고 돌아올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

지금 같은 ‘반기업 정서’와 ‘적대적인 노사문화’, ‘숨 막히는 규제’, ‘외투기업에 대비한 역차별’, ‘높은 법인세’ 등으로는 해외진출 우리기업의 국내복귀가 불가능한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최근 글로벌 기업의 탈중국 추세가 늘면서 본국 유턴대신 동남아 등지로 니어쇼어링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첨단 ICT 기반 등을 고려하면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보다는 한국이 경쟁우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첨단투자지구를 ICT 집적지인 수도권 위주로 선정한다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포함한 투자 유치와 첨단 ICT 산업 발전에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기업 유치나, 국내기업의 추가 투자, 해외진출 국내기업의 유턴을 위해선 비용우위나 시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친기업 정책과 국내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외국처럼 기업인이 영웅 대접 받기까지는 원하지 않지만, 최소한 큰 죄인으로 몰아세우는 국내로 어느 기업인이 돌아오고, 추가투자를 하고 글로벌기업이 투자 할 것인가?

이는 단순히 생산비용이나 시장, 애국심으로만 호소할 사안은 아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위기와 같이 온 새로운 기회들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순간에 와 있다.

우리 기업, 정부, 국민 모두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이 필요한 정말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