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5 18:07 (금)
【심층분석】 디지털 콘텐츠 관세 논쟁 재점화, 한국에 미칠 영향은?
【심층분석】 디지털 콘텐츠 관세 논쟁 재점화, 한국에 미칠 영향은?
  • 이민규 전문기자
  • 승인 2021.01.21 10: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국경을 넘는 오락콘텐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자연스럽게 이 같은 콘텐츠들을 주로 수입하는 입장인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츠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가 이 같은 현상의 배경과 현재 진행 상황을 짚어보고 동시에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 및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입장을 제시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급격한 기술 발달 속에 전 세계적으로 해외 방송 미디어나 오락콘텐츠의 소비 행태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과거에는 미디어 콘텐츠가 비디오 테이프나 서적, DVD 등의 형태로 국가 간 교역이 가능했었지만 이제는 온라인 공간에서 손쉽게 해외 콘텐츠들을 소비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디지털 미디어 시장은 더욱 발전했고 그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산업은 2019년 1,771억 달러 규모였으나 2025년에는 2,25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비디오 게임과 동영상 분야가 70% 이상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중국 시장의 성장이 눈부시다. 이미 중국은 유럽을 제치고 미국 다음으로 큰 디지털 미디어 시장으로 성장하였으며, 2025년까지 기타 지역과 더불어 전 세계 디지털 미디어 시장의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디지털제품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에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된 바 있다. 이른바 전자적 전송(electronic transmission)에 대한 무관세 모라토리움(moratorium) 선언(이하 모라토리움)이었다. WTO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을 활용한 국경 간 전자상거래의 성장가능성에 주목하였으며, 1998년부터 전자적 전송에 대한 무관세 모라토리움을 2년마다 연장하여 지금까지 유지해왔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에서 온라인으로 전송되는 해외 콘텐츠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모라토리움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2017년 제11차 각료회의를 앞두고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그동안 기계적으로 연장되어 왔던 모라토리움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전자적으로 전송되는 상품과 서비스가 더욱 증가하고 모라토리움으로 인해 세수 확보가 어려워지자 일부 개도국을 중심으로 모라토리움의 연장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미국의 강력한 반발로 모라토리움은 다시 2년간 연장되긴 했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견 차이가 표면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다자협상시 주요 쟁점으로 재부상할 가능성은 크다.

일부 개도국들은 전자적 전송에 영구히 관세를 부과할 수 없게 되면 막대한 세수 손실이 발생 하고 현 무관세 관행은 충분한 논의없이 시작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세는 개도국에게 중요한 재정수입원이며 관세 정책은 자국내산업의 발전을 위한 효과적인 통상정책 수단이므로 모라토리움의 영구화는 자국내 IT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개도국에게 중대한 걸림돌이다.
반면 선진국들은 모라토리움으로 인한 수입국 정부의 세수 손실은 미미하고 관세 부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반면, 소비자 후생 증가 및 생산성 향상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모라토리움을 영구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K-POP에 관세를?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그렇다면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관세가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보고서는 우선 디지털화가 가능한 물리적 상품의 실제 대세계 수입규모는 꾸준히 수출규모를 상회했으나, 2014년 이후 급격히 감소하여 수출입 간 격차가 좁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014년 15.4억 달러로 수입이 최대치를 기록한 후, 급격히 수입이 줄어들어 2019년에는 9.8억 달러에 불과했고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이후 디지털화 가능한 제품의 수출은 수입과 달리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으며, 2019년에는 8.0억 달러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자료: 한국무역협회(K-stat)

보고서는 이어 모라토리움으로 인해 2019년 한 해 동안 약 139억 원의 관세수입이 손실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재정 수입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고 주요국과의 FTA 체결 감안시 손실액의 규모는 더욱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모라토리움 유지 시 우리나라가 입는 재정 손실은 미미한 반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인 국내 디지털 콘텐츠산업 및 국내 콘텐츠 소비자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재정 손실을 압도하므로 우리 정부는 향후 무역협상에서 모라토리움의 영구화를 적극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9년 우리 콘텐츠산업의 수출은 전년 대비 8.1% 증가해 103.9억 달러에 달했으며, 소프트웨어 수출도 139.6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문화 콘텐츠 분야 중 게임의 수출비중이 67.2%일 정도로 우리 온라인 게임에 대한 해외 수요가 많으며, 소프트웨어 유형 중에서는 IT서비스의 수출비중이 51.7%로 가장 컸다.
싸이, BTS, 블랙핑크 등 K-POP의 세계적 인기몰이도 유튜브, 페이스북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디지털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전자적 전송의 형태로 변환되어 물리적 거리에 관계없이 전 세계에서 소비되면서 가능해졌다. 네이버 웹툰의 유료 콘텐츠 하루 거래액은 30억 원에 달하며, 카카오 픽코마는 일본 내에서 비게임앱 월간 매출 1위를 달성할 정도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K-웹툰의 수출도 급성장했다. 

보고서는 끝으로 “일부 개도국이 주장하는 디지털 유치산업 보호론 및 재정 손실 등의 논리는 우리에게 적용되지 않고 오히려 모라토리움의 폐지로 콘텐츠산업이 해외시장에서 부정적 영향을 입을 가능성이 크므로, 우리 정부는 WTO 복수국간 전자상거래 협상 및 양자간 무역협상에서 모라토리움을 영구화하여 콘텐츠산업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역경제신문=이민규 전문기자] ktkim@trad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