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6 18:13 (금)
[민경기 칼럼] 난민들이 출신 국가 FDI에 미치는 영향
[민경기 칼럼] 난민들이 출신 국가 FDI에 미치는 영향
  • 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승인 2021.03.0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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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br>
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

난민(難民, refugee) 또는 망명자(亡命者)는 박해, 전쟁, 테러, 극도의 빈곤, 기근, 자연재해를 피해 다른 나라로 망명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난민은 전쟁이나 기타 폭력에 의해 본래 살던 땅을 떠나게 된 사람들을 지칭한다. 난민들이 자신들의 조국을 떠난 지 수년 혹은 수십 년 뒤, 출신 국가에 대한 FDI(외국인직접투자)를 통해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영국 런던대(King ’s College) Vezina 박사의 흥미로운 논문이 최근 Financial Times 계열의 ‘fDi Intelligence’에 게재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베트남 보트 피플 출신들이 보여준 명백한 증거

David Thai는 지난 1975년 베트남 전쟁 막바지에 배를 타고 사이공을 떠났다. 그가 시애틀에 도착했을 때 그는 여섯 살 꼬마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그는 스타벅스의 성공을 목격했다. 1998년 David Thai는 베트남 하노이에 커피숍 체인인 ‘Highlands Coffee’를 설립했다. ‘Highlands Coffee’는 베트남 출신 외국인이 베트남에 민간 기업을 등록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David Thai의 ‘Highlands Coffee’는 2018년 기준 베트남에서 230개의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Than Phuc도 1975년 베트남을 떠났다. Intel Vietnam의 前 CEO로서 그는 베트남 최초의 빅테크 외국인 투자를 담당했다. 2006년 인텔은 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반도체 칩 테스트 시설 건립을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인텔은 2021년에도 5억 달러 투자를 계획하는 등 베트남에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Henry Nguyen이 미국에 도착했을 때 그는 채 두 살도 되지 않았다. 그는 청소년 시절 버지니아 교외에서 햄버거를 만들며 성장했는데, 2014년 Henry Nguyen는 베트남 호찌민에 맥도날드 1호점을 개설했다.

이러한 놀라운 사례는 몇몇 특별히 뛰어난 인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 런던대 Vezina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FDI 대부분이 베트남 난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미국 도시에서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1975년 베트남 난민의 10% 증가는, 2005년~2015년 사이 베트남 남부의 FDI 0.41 %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혹자는 미국에 정착한 베트남인들이 LA나 뉴욕과 같이 비즈니스를 수행하기에 유리한 도시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이거나, 다른 국가로의 투자도 활발한 도시에서 베트남에도 투자를 많이 수행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베트남 난민들은 미국 정착 초기 자신들이 거주할 곳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다.

약 125,000명의 베트남 난민들이 1975년 미국에 처음 입국했을 때, 美 의회는 공산화를 피해 마이애미에 정착한 쿠바인들이 도시인구의 30%를 넘는 집단화를 이룬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美 전역에 베트남 난민을 분산시켰다. 결국, 베트남 난민들은 미국의 400여 개 지역으로 흩어졌다. 다시 말해서, 베트남 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의 도시는 비즈니스를 염두에 둔 목표지향적인 의도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베트남으로의 FDI가 많이 발생하는 미국 도시는, 베트남 난민들이 비자발적으로 많이 거주하게 된 400여 개의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2005~2015년 미국의 베트남 FDI 프로젝트 건수 추이] * 출처: FDi Intelligence, How refugees help foster foreign investmentt(Mar. 5, 2021)

1994년 미국의 제재가 해제된 이후 베트남 정부는 주요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해외 거주 베트남인의 참여를 목표로 하는 여러 정책을 시행했다. 대표적으로 해외 이민자들이 희망할 경우, 베트남 국적을 부여해주는 2008년에 개정된 베트남 국적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세금 인센티브와 임대료 면제 등을 포함한 베트남 정부의 개혁은 해외 거주 베트남 투자자들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베트남 사례는 개발 도상국이 FDI를 통한 경제 개발을 위해 해외 Diasporas(디아스포라)를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난민들은 대게 출신 국가의 가족 및 친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국 시장·언어 및 관습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난민 네트워크는 지역 비즈니스 기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신뢰 관계를 유지하며 FDI를 발생시킬 수 있다.

다른 국가 출신 난민들과 FDI

이러한 효과는 베트남 출신 난민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Vezina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베트남 난민들이 출신 국가 FDI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국가 출신 난민들에게서도 공통되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 베트남뿐만 아니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라크, 미얀마,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에서 미국으로 많은 난민이 유입되었다. 이들 다양한 국가 출신 난민들도 자신들이 정착지를 선택하지 못했으며, 각 출신 국가 난민들은 평균 50개 이상의 도시에 분산되었다.

Vezina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 도시 전체에서 1990년~2000년 사이에 난민 도착이 10% 증가한 도시는, 2005년~2015년 사이에 출신 국가로의 FDI 흐름이 0.54 %, FDI 프로젝트는 0.24%, FDI 일자리는 0.72% 증가했다. 박해를 받고 탈출을 한 난민들에게 출신 국가에서 지속될 수도 있는 정치적 탄압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효과는 매우 놀라운 결과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아이티, 라이베리아, 몰도바, 소말리아 등의 국가에 대한 미국 FDI의 주요 투자요인을 난민들이 설명해 주고 있다. 결론은 명확하고 단순하다. 미국 기업이 난민 발생 국가에 투자할 때, 출신 국가 난민이 많은 도시에서 투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Vezina 박사는 또한, 난민 출신 국가에 대한 FDI 증가가 난민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거주하고 있던 해당 국가 출신자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증하였다. 이것이 사실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난민이 도착하기 전인 1990년에 같은 국적의 이주자가 없었던 도시에서 난민이 FDI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Vezina 박사는 이러한 검증 과정을 통해 FDI 효과가 출신 국가 난민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FDI를 통한 경제 발전

FDI는 경제 발전은 물론 투자국과 투자유치국 간의 장기적이고 안정된 경제 관계를 수립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FDI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술 확산을 촉진하며 지역 기업과의 연계를 통한 가치사슬을 강화하기도 한다.

그런데 개발 도상국은 종종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Vezina 박사의 연구를 통해 난민들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난민들을 통한 출신 국가의 FDI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난민을 배출한 국가에서 자국 출신 난민들을 포용하는 투자유인 정책을 시행한다면, 경제 발전에 필요한 FDI를 효율적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