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6 18:13 (금)
[이상근 칼럼] 수에즈운하 봉쇄와 공급망 리스크
[이상근 칼럼] 수에즈운하 봉쇄와 공급망 리스크
  •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한국물류학회 부회장
  • 승인 2021.03.3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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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br>한국물류학회 부회장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한국물류학회 부회장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지난 3월 23일 오전 이집크 수에즈 운하 남쪽입구에서 6Km 떨어진 곳에서 좌초했다. 너비 59m, 길이 400m, 22만톤 규모의 에버기븐호는 좌초 6일 만인 3월29일 아침 4시30분 에야 정상 위치로 돌아왔다. 

전 세계 해상 물류의 12~13%가 통행하는 글로벌 교역의 핵심 통로인 수에즈 운하의 통행이 막히면서 막대한 피해 발생을 우려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운하에 좌초된 ‘에버기븐’호에 따른 봉쇄 사태가 장기화되면 세계 경제에 물류 대란 등을 포함한 ‘수에즈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다행히 수에즈운하가 다시 열리게 되면서 글로벌 물류 대란에 따른 해상 운임 및 원자재 가격 급등, 커피·휴지 등 생필품 공급 우려 등도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루 50척의 배가 통과하는 수로는 지연대기 중이던 450여척의 선박이 다 빠지고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일주일 이상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앞서 3월28일 국내 컨테이너 선사인 에이치엠엠(HMM, 옛 현대상선)이 유럽-아시아 왕래 노선 선박 4척을 아프리카 남단으로 돌아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를 결정했다. 유럽-아시아 왕래 노선 선박이 희망봉을 돌게 된 건 1970년대 중반 이후 약 45년만이다. 
HMM은 수에즈 운하를 지날 예정이었던 2만4천TEU급 ‘HMM 스톡홀롬호’, ‘HMM 로테르담호’, ‘HMM 더블린호’, 그리고 5천TEU급 부정기선 ‘HMM 프레스티지호’를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노선 변경을 결정했다. 로테르담호와 더블린호, 프레스티지호는 유럽에서 아시아로, 스톡홀롬호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여러 기업의 화물을 싣고 이동하는 중이다. 가장 먼저 수에즈 운하 진입이 막혔던 2만4천TEU급 ‘HMM 그단스크호’는 인근 해상에 대기 중이다.

이번 노선 변경은 수에즈 운하 재개가 수일 더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었다. 희망봉을 돌면 약 9640㎞를 더 항해해야 한다. 소요 기간도 7일~10일 더 걸린다. 수에즈 운하 개통 이후 해운회사들은 희망봉 노선을 잘 이용하지 않았다. 1960년대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수에즈 운하를 사이에 두고 군사적으로 대립하면서 8년 동안 다시 희망봉 항로를 이용한 바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노선인 수에즈 운하의 운영이 중단되면 우선 전 세계 원자재 공급망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수에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약 12~1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번 사고로 매일 90억 달러(약 10조1700억 원) 규모의 물동량이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해상물류업계는 이번 사고로 하루에만 1400만~1500만달러의 손실이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한 공급망 단절 우려로 원유, 커피 등 원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26일(현지 시간)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의 가격은 각각 전일 대비 4% 이상 올랐다. 국제유가가 2, 3주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기름값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자연재해, 전쟁, 국가간 갈등, 기업도산 등이 공급망 단절과 붕괴의 요인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의 단절과 붕괴로 인한 국가와 기업의 리스크의 원인은 대부분 자연재해에서 발생됐다. 하지만 제1, 2차 세계대전과 같은 국제전, 중동사태와 같은 국지전과 준 전쟁 상황에서, 혹은 UN의 대북제재과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금지와 같은 국가간 갈등으로 발생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붕괴 사태는 가능성은 있었지만 누구도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던 사태이다.

글로벌 공급망에 큰 타격을 준 사례는 1995년 고베 대지진, 2003년 부산 ‘태풍 매미’,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쓰나미, 같은 해 7월 방콕 대홍수, 2016년 4월 일본 구마모또현의 규모7.3의 대지진 등이 있다.
1995년 고베 대지진은 고베 항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을 뿐 아니라 당시 기업들이 도입하기 시작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와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기 생산체계 (JIT: Just In Time, 최소 재고량 유지하고 적시 공급하는 체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2000년 3월 미국의 앨버커키(Albuquerque)의 필립스 전자 공장에 번개로 작은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직후 필립스는 이 공장의 반도체 부품인 마이크로 칩을 공급받는 노키아와 에릭슨에 1주일의 조업 중단이 예상된다고 통보했다. 
노키아는 즉시 탄력적인 공급망을 활용해 대응에 나섰다. 즉시 필립스의 다른 공장 뿐 아니라 거래중인 일본, 미국 공급업체들에게 주문을 돌려 제품 생산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반대로 싱글 소싱 전략을 선택한 에릭슨의 경우 단지 1주일의 조업 중단으로만 생각하고 가볍게 넘겨버렸다. 
화재 2주일 후 진화 과정에서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클린룸 시설이 오염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초동 대처가 빨랐던 노키아는 즉시 필립스에 남은 생산 설비를 모두 노키아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에릭슨은 필립스 공장이 화재로 문을 닫은 뒤 다른 공급선을 확보하느라 몇 개월 동안 생산에 차질을 빚은 결과, 노키아에 자신의 시장을 내주며 업계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2003년 태풍 매미는 부산항을 강타해 크레인 11기를 붕괴 또는 이탈시켜 수출입 선적과 하역마비와 부산, 울산, 포항, 거제, 마산, 창원, 여수, 광양 등의 산업시설에 큰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  

2011년 3월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과 이후 발생한 초대형 쓰나미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지역은 석유화학, 제철소, 정유업체와 자동차(토요타, 닛산, 혼다), 전자(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의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이중 글로벌 공급망과 복잡하게 엮여 있던 자동차, 전자, 기계, 반도체 기업들은 장비와 부품조달 차질로 큰 피해를 입었다.
대지진으로 센다이 등 13개 항만이 지진으로 인해 운영이 중단되면서 수출입 화물의 선적과 하역도 일시 중단되었다. 글로벌 기업은 일본 외 대체 수입처를 확보와 글로벌 공급망 재설계에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입했다.

2011년 7월부터 4달간의 태국 대홍수는 태국 전역에 큰 인명피해와 함께 산업단지 7곳도 침수되었다. 이들 산업단지에는 혼다, 도요타, 포드 자동차와 미쉐린 타이어 등 제조업체와 자동차와 컴퓨터 관련 글로벌 부품 공급업체들이 대규모 입주해 있었다. 
이 홍수는 전세계 자동차 산업과 PC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체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많은 기업들에게 공급망 상의 위기관리시스템 구축에 큰 교훈을 준 바 있다.
2016년 5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는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지진 발생 후 해당 지역 공장에 한해 가동을 중단한 혼다, 닛산과 달리 토요타는 일본 내 26개 공장이 모두 가동 중단됐으며 재가동에 들어가는 시기도 가장 늦었다. 혼다와 닛산은 2011년 동부 대지진 이후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하여 이 지진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토요타는 기존 재고를 최소화하고, 2차와 1차 협력업체를 거쳐 최종 조립 공정에 이르기까지 낭비 없이 완벽히 동기화한 토요타 시스템을 고수하면서 리스크에는 오히려 취약했다.
2019년 일본 정부는 OLED 패널 등의 필름 재료로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회로의 패턴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는 공정과 반도체 세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반도체기판 제작에 사용하는 포토리지스트(감광제)를 한국에 수출할 때 매 건당 최대 90일이 걸리는 심사와 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서 사실상 수출을 금지했다.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로 인한 공급망의 단절은 일반인이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사태였다. 하지만 웬만한 국가의 정보기관을 뺨치는 정보력, 그룹차원의 ‘비즈니스연속성 관리체계(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세계적인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역량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사태를 미리 감지하고 일본에서 공급(조달)을 줄이는 공급망의 재설계로 큰 위기없이 지나간 것으로 생각된다. 

기업은 자연재해, 전쟁과 테러처럼 빈도 낮지만 영향 큰 공급망 관리에는 소홀

기업들은 반복적이고 영향이 작은 위험관리에 집중하는 반면, 이번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같은 빈도는 낮지만 영향이 큰 위험관리에는 소홀한 편이다. 
2000년 멕시코의 앨버커키(Albuquerque)의 필립스 전자 공장 화재 직후 이 공장에서 마이크로 칩을 공급받던 에릭슨의 잘못된 대응은 에릭슨을 업계 최하위로 떨어 뜨렸다.
2016년 규슈 지진 발생으로 토요타는 일본 내 26개 모든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고 재가동에 들어가는 시기도 가장 늦었다. 혼다와 닛산은 2011년 동부 대지진 이후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하여 이 지진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기업은 수익성을 희생하지 않고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공급사슬내에 확보하려 한다. 이를 위해선 각 산업의 공급사슬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위험을 이해하고, 자신의 기업에 적합한 위험요인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자연재해, 전쟁과 테러, 공급사 파산, 노동쟁의 등 갑작스런 재난(Disruptions)은 부품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시간이 지연되고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여 재고를 보유하거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필요한데, 가끔 발생하는 재난에 대비하여 재고를 일상적으로 보유한다면 상당히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그런 면에서 토요다 사례와 같이 효율성과 리스크 사이의 균형에 대한 고민은 기업의 고민이다. 

글로벌 경제하에서 위기 대응을 위한 공급망 리스크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다

기업은 수많은 크고 작은 위험에 노출돼 있고, 위험에 처할 때마다 그 위험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서는 이미 늦다. 따라서 우리기업은 공급망내 리스크 대응은 탄력적 공급망 설계, 스트레스 시험, BCP 도입 등이 필요하다.

먼저 공급망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즉시 대체할 수 있도록 다각화되고, 해당 부품이 없어도 생산할 수 있도록 제품 재설계 역량 등을 갖추고, 부족한 물량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갖춘 ‘탄력적 공급망 설계(Designing Resilient Supply Chains)’가 필요하다고 한다. 
둘째, 공급사슬내 위험을 인식하고 우선순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스트레스 시험(stress test)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공급사슬내 핵심적인 공급업체와 고객, 공장, 유통 및 물류센터를 파악하고, 부품, 공정재고, 완제품 재고에 대하여 위치와 물량을 파악이 필요하다. 

셋째, BCP(Business Continuity Plan) 도입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재해·재난으로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운 핵심 업무기능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기업 가치를 최대화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기업은 리스크를 일련의 시스템 속에서 매뉴얼화 해 관리할 때에만 각종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우리나라 수출규제 사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우리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다시 돌아보는 귀중한 계기가 되었다.

금번 수에즈운하 봉쇄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는 해소되고 있지만, 언제 어떤 유형의 공급망 리스크와 위기는 다시 재현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우리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