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6 18:13 (금)
[박상신 칼럼] 풀필먼트 서비스로 강화되는 이커머스 지배력
[박상신 칼럼] 풀필먼트 서비스로 강화되는 이커머스 지배력
  • 박상신 엠엑스엔커머스코리아 부사장
  • 승인 2021.04.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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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한국 전자상거래 업계에서는 ‘아마존 배우기’가 유행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기를 원하는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꼭 이야기하는 단어가 바로 ‘풀필먼트’다. 아마존의 물류 역량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FBA서비스 덕분에 한국에서는 풀필먼트라는 말이 더 유행한 것 같다. 그런데 아마존의 풀필먼트를 뛰어난 물류 처리 능력으로만 보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비용 전가와 수익 증대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왜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들이 왜 물류와 배송분야로 영역을 확장해서 수직통합을 꿈꾸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한국의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은 왜 ‘아마존 같은 풀필먼트’를 이야기 하는 것일까? 카페24는 왜 풀필먼트 서비스를 주요 사업 부문으로 구분하여 IR에 발표하기 시작한 것일까? 고도화된 풀필먼트 서비스를 구축해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결국에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 이 주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미국과 한국의 다른 물류 환경, 즉 전국 익일 배송이 자체 물류망 투자 없이 택배사를 이용하면 된다던가, 물류업의 낮은 이익율 등을 이야기 하면서 아마존의 FBA모델이 한국에서는 그다지 큰 파괴력을 가지지 못할 것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이는 물류관점에서만 볼 때 그렇다.

아마존 FBA의 본질은 물류 관점과 플랫폼 관점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 물류 관점은 다른 경쟁자들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배송을 하는 것을 바탕으로 고객을 늘려 가는 것으로 본다면, 플랫폼 관점은 플랫폼 사업에서 발생하는 리스크 요인들을 상품 공급자인 셀러와 벤더에게 강제로 떠넘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버와 같은 시장지배 IT플랫폼의 풀필먼트 사업 진출은 플랫폼 관점에서의 아마존FBA의 모델이 되기 때문에 그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면, 아마존은 FBA모델을 통해서 마켓플레이스 셀러들이 자사의 물류 창고를 이용하게 만들었고, 본인들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강제하고 있다. 예를들면 무조건 적인 반품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고, 아마존에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는 셀러들은 이러한 구조에서 수익을 내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아마존 FBA의 시장 독식이 커질 수록 3PL이 다시 부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네이버가 이러한 물류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다수의 한국 온라인 셀러들은 현재 네이버의 스마트 스토어와 가격 비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네이버 풀필먼트 센터로 상품을 입고시키게 될 것이고, 재고를 보유한다는 것은 많은 상품이 합포장을 통해 당일 혹은 익일에 항상 배달된다는 것이되니 오픈마켓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아마존식 독과점 구조는 플랫폼의 가치는 매우 커지고 수익도 많아 지지만 생태계가 파괴되고 궁극적으로 셀러들은 더 낮은 수익을 가져가게 되니 생각해볼 요소가 많은 부분이기도 하다.

이베이코리아가 오픈마켓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스마일 배송으로 대표되는 풀필먼트 사업이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수준에서 그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이베이코리아가 네이버 같은 시장 지배력이 없기 때문이다. 복수 판매 채널에 판매하는 온라인 셀러들이 자신의 재고를 스마일 배송 물류센터에 입고시키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이 시장 지배 플랫폼만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완성하고, 그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이유다. 

일본에서 아마존 이외에 유일하게 자사 이커머스 플랫폼 기반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완성한 기업인 ZOZO의 모델을 벤치마킹한 서비스들이 한국의 주요 패션 플랫폼들에게서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나는 점도 같은 이유이며, 이는 모든 회사들이 원하는 남의 재고를 내 재고처럼 판매할 수 있는 제프 베조스가 말한 이커머스 성공 4대 원칙중 Selection과 Inventory를 위한 모든 플랫폼들의 꿈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플랫폼 관점까지 도달한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그런데, 쿠팡은 아이템위너 모델을 통해서 Price와 Contents까지 확보했기 때문에, 정치권이 소상공인 보호라는 명목하에 규제를 하지 않는한 4가지 요소를 완성한 쿠팡의 시장 지배력은 가속화 될 것이다. 최신 풀필먼트 센터를 만들더라도 물류 관점에서 머무르는 기업과 플랫폼 관점에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가진 기업의 차이가 기업가치 5조와 90조의 격차를 만들어 내는 점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