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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로 칼럼] 싱가포르에도 블록체인-암호화폐 겨울이 찾아왔나?

2022. 12. 02 by 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K글로벌타임스] 이제 한 달여 남은 2022년은 길지 않은 블록체인-암호화폐 역사에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될 한 해가 될 것 같다. 지난 5월 루나 사태로 큰 충격을 받은 업계는 최근 FTX 파산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졌고, 한국 시장은 위믹스 상장폐지 사건까지 터지며 업계는 이제 한 치 앞을 모르는 안갯속을 헤매는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2017년 ICO 붐과 2021년 NFT 열풍의 중심에 서 있던 블록체인-암호화폐 허브 싱가포르는 현재 어떤 상황인지 궁금하던 차, 싱가포르에서 한국 블록체인-암호화폐 업체들의 싱가포르 진출을 자문하고 있는 전문가로부터 업계 소식을 전해 듣고 이를 요약해 공유한다.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한다.

미국과 싱가포르 로펌의 합작(JV) 로펌 Duane Morris & Selvam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성희 변호사(director of Korea desk)라고 합니다. 2017년부터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자문을 시작하여 300여 개가 넘는 프로젝트 자문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일반 토큰 프로젝트 외, 암호화폐 거래소와 엑셀레이터/어드바이저리 업체분들도 고객사로 모시고 있습니다. 저희 로펌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고객들은 P2E 게임, 핀테크, ESG narrative 및 실질/실물경제와 맞닿아 있는 프로젝트까지 다양합니다. 아울러 한국계 대기업의 글로벌 암호화폐 프로젝트도 상당히 많이 진행한 바 있습니다.

Q. 루나 사태 이후 싱가포르에 대한 한국 업계나 일반인들의 시각도 좀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애초에 싱가포르가 블록체인-암호화폐 업체들에 인기가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싱가포르는 기본적으로 홍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금융허브로서, 혁신적인 기술 기업과 금융 기업에 대해 항상 전폭적인 지지와 그에 걸맞은 법령 제정 등의 지원을 가장 빠르고 폭넓게 제공하는 국가입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를 포함한 많은 혁신 사업가들에게 주어지는 이와 같은 지원들을 통해 안정된 분위기에서 창의성이 극대화된 비즈니스를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Q. 그동안 싱가포르 정부가 다른 국가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만든 블록체인-암호화폐 비즈니스에 유리한 정책이나 지원이 뭐가 있었나.

정부의 규제 및 법령을 잘 준수한다는 전제하에, 싱가포르는 암호화폐 발행 자체를 금지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암호화폐에 대한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잘 적립된 싱가포르 선물 및 증권법이 있고, 무엇보다 암호화폐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Payment Services Act(PSA)와 Financial Services and Markets Bill(FSM)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비즈니스 사업자들에게 적절한 제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들을 위해 안전한 보호장치도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 셈입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을 기술력 중심의 블록체인 비즈니스와 암호화폐 기반 파생 비즈니스로 구분해서 본다면, 블록체인 기술업체나 인력들은 싱가포르에서 상대적으로 보다 자유롭게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를 블록체인 글로벌 허브로 육성키 위해 여러 지원책과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면 각종 암호화폐 파생 서비스 사업들(거래소, ICO 등)의 경우 기존 자본 시장법에 기반한 (싱가포르 자국) 투자자 보호가 최우선 순위입니다. 예를 들면, 전세계적으로 ICO가 뜨겁던 2017년에 MAS는 이미 ICO Guideline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싱가포르 MAS(싱가포르 통화청)이 주도가 되어 진행하는 블록체인 관련 규제 샌드박스나 POC(Proof Of Concept) 프로젝트들도 많고, 여기에 글로벌 금융사나 다국적 기업들까지 합류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싱가포르 정책 흐름에 따라 블록체인 기술은 지원하고 투자자는 강력하게 보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Q. 결국 싱가포르 정부의 시장 친화적 정책과 지원이 가장 큰 요인이었을 것 같은데, 최근 사태를 겪으며 싱가포르 정부 정책에도 뭔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나?

싱가포르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올해 초부터 그 규제를 다소 강화하는 추세였습니다. 예를 들어, 올 1월 MAS는 싱가포르 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암호화폐 대중 광고를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공공장소나 SNS 등에서 암호화폐를 홍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 싱가포르에 설치되어 있던 암호화폐 자동입출금기(ATM)도 모두 폐쇄됐습니다.

이와 별개로 MAS에선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 발행 및 관련 업체들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직접 대화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에, GIC(싱가포르 투자청)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암호화폐가 거래 비용을 낮추고 거래가 보다 안전하고도 빠르게 이뤄지는 데 기여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핵심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동시에 투자도 이어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Q. 이번엔 시각을 민간 산업 쪽으로 돌려서, 실제 싱가포르 업계 분위기는 어떠한가. 아무래도 상당히 위축되었을 것 같다.

좀 더 많은 준비를 통해 규제 준수 및 전문가를 통한 법령 검토에 집중하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신규 프로젝트들은 여전히 유입되고 있고, 기존의 프로젝트는 강화된 컴플라이언스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블록체인 행사나 핀텍 행사, 스타트업 행사를 보면, 블록체인-암호화폐 업체와 관계자들도 의외로 많이 참가했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싱가포르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제도를 적시에 마련했고, Web3.0 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안정장치를 강화하는 한편 관련 산업의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강점이 있는 싱가포르가 글로벌 블록체인 허브로 자리 잡는 데 또 다른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Q. 한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업체들이 유독 싱가포르에 와서 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 걸로 안다. 미국, 일본, 유럽이 아닌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하는 게 뭐가 더 유리한가? 앞으로도 이런 유인들이 계속 유효한가?

예를 들어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각지에 훌륭하고 위대한 권투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런 선수들을 위해 사각의 링, 심판, 관중과 잘 정비된 경기 규칙을 갖고 있는 곳 중 단연 돋보이는 곳이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는 상대방의 반칙에 대해 확실히 제재를 가하고, 이러한 안전한 환경에서 개개인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즉, 정부에서 뭐가 되고 뭐가 안되는지 기준을 잡아주고 사업자들은 그 프레임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싱가포르 정부는 신기술이나 신사업 도입 시, 일단 허용을 하되 안되는 사항을 열거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합니다. 이런 일관되고 투명한 정책하에서 사업자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담당 부처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현실적인 타협안을 찾기도 합니다. 이런 케이스들이 쌓이게 되면 정부에선 그에 필요한 제도나 가이드라인을 새로 만들게 되고, 자연스레 민관이 함께 생태계를 발전시켜 나가게 됩니다.

Q. 싱가포르에도 한국 블록체인-암호화폐 업체들 커뮤니티가 있는가? 아니면 주로 페이퍼 컴퍼니로 존재한다고 봐야 하나?

초기에 페이퍼 컴퍼니로 시작해 점차 실제 오퍼레이션 법인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추세인 듯합니다.

예를 들면,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는 처음부터 본사를 싱가포르에 두고 현지 개발인력들까지 채용하고 있고, 게임회사 컴투스 등 유명 기업들도 블록체인 관련 현지법인을 설립한 걸로 압니다. 초기엔 ICO 목적의 신규 토큰 프로젝트들이 싱가포르 법인의 주류를 이뤘지만, ICO 붐이 한 풀 꺾인 후엔 보다 내실 있고 규모 있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는 편입니다. 또 몇몇 싱가포르 로컬 법인에 한국인들이 창업자나 개발자로 일하고 있기도 합니다.

Q. 싱가포르에 현지 진출하는 한국 업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정확한 자문을 받기보다 자체적으로 취합한 제한된 정보에 휘둘려서, 시도하기도 전에 먼저 포기하거나, 라이선스에 대한 염려 때문에 비즈니스 범주를 지레 축소해 버리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습니다.

Q. 새로 싱가포르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블록체인-암호화폐 업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한국과 싱가포르에 걸쳐 활동 중인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을 통해, 초기 단계부터 자문을 받는 게 결국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앞으로 싱가포르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의 전망은?

싱가포르에는 여전히 다수의 고래 투자자들과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업계 전문가들이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들이 잘 규정된 싱가포르 법령 및 규제 내에서 조화롭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업계는 결국 건전하고 견고한 방향으로 잘 발전하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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