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창업중심대학으로서 전라북도, 전라남도, 제주도 권역을 맡아 창업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는 전북대학교 창업지원단은 실험실 우수 기술을 보유한 교원, 대학원생을 발굴하여 실험실 창업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매년 10개 내외의 (예비) 창업자를 선정해 법인설립을 위한 전 과정을 함께 한다. 특히 시제품 제작을 위한 연구개발비를 비롯해 재료비, 외주 용역비, 기계 장치 구매비 등을 지원한다. 선정 기업은 실험실 비즈니스 모델 수립 캠프, 성과공유 및 네트워킹, 성과고도화 프로그램, IR 챌린지, 비즈업 멘토링 등 다양한 특화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역량을 업그레이드한다.

전북대학교 창업지원단은 2023년 사업으로 전북대학교 3개사, 순천대학교 2개사 등 총 5개 기업을 선정하여 5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지원, 실험실 창업기업으로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도록 도왔다. 졸업기업 중 순천대학교 교원 창업기업 ㈜에이스퀘어와 전북대학교 교원 창업기업 ㈜케이팁을 우수기업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에이스퀘어(순천대학교 스마트농업전공)_농업 관련 현장 보급형 ICT 기술로 편의성·생산성 증진
㈜케이팁(전북대학교 물리학과)_캔틸레버 국산화, 한국 주도형 반도체 소자 전문기업으로 성장

전북대학교 교원 창업기업 ㈜케이팁은 원자힘현미경을 구동하는 핵심 소재 ‘캔틸레버’의 국산화에 성공,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사진=K글로벌타임스)
전북대학교 교원 창업기업 ㈜케이팁은 원자힘현미경을 구동하는 핵심 소재 ‘캔틸레버’의 국산화에 성공,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사진=K글로벌타임스)

[K글로벌타임스] 전북대학교 교원 창업기업 ㈜케이팁(대표이사 안상민 전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은 반도체 공정 기반 마이크로/나노 소자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반도체 검사장비 중 하나인  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만드는 제조기업으로, 그간 수입에 의존했던 핵심 소재 ‘캔틸레버’의 국산화에 성공,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나노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가운데, 반도체 공정 검사용 원자힘현미경 역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당초 샘플 검사장비였던 원자힘현미경은 최근 들어 전수검사 장비로 적극 활용되는 추세이며, 이에 따라 원자힘현미경 소모품인 캔틸레버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원자힘현미경 연구를 15년 넘게 해온 안상민 대표는 반도체 검사장비 대부분이 외국산인 데다, 핵심 소모품 캔틸레버 역시 국내 제조사가 전무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캔틸레버 개발에 착수,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간 몇 차례 국산화 시도가 있었지만, 비용 등 장벽이 있어 국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여전히 80~90% 이상 해외에 의존해 왔다. 케이팁이 캔틸레버 국산화를 이룸으로써 새로운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원자힘현미경 수요 급증, 핵심 소자 국산화 요구

케이팁은 해외 기업들이 독과점 해온 켄틸레버 시장의 새로운 신흥 강자로 향후 시장의 지각 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케이팁)
케이팁은 해외 기업들이 독과점 해온 켄틸레버 시장의 새로운 신흥 강자로 향후 시장의 지각 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케이팁)

원자힘현미경은 일반 광학현미경으로 보기 어려운 더 작은 것들을 보기 위해 개발된 장비다. 반도체 공정 라인에 들어가면서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반도체 공정 검사용 마이크로 4포인트 프로브 장비로 활용되면서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에서 쓰이고 있다. 원자힘현미경은 브루커, 옥스퍼드 인스트루먼트 등 해외 기업들이 독과점해 왔다.

안상민 대표는 “원자힘현미경은 반도체 공정 검사 첫 단계에서 표면 거칠기, 원판 웨이퍼의 거칠기를 측정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파크시스템이란 업체가 원자힘현미경을 제조하면서 2~3위를 점유하고 있었다. 이 업체에서 10년 전부터 원자힘현미경의 전수검사화를 내다보고 일찌감치 전수검사용 원자힘현미경을 개발해 왔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3나노 경쟁에 들어가면서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 2022년부로 세계 1위에 올랐다”라고 말했다.

선견지명으로 미리 전수검사용 원자힘현미경을 개발한 파크시스템은 현재 글로벌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다른 기업에서는 미리 예측하지 못해 준비를 못했고, 이에 따라 파크시스템은 기술 특허 등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검사장비로 100% 공급 중이다. 다만 원자힘현미경을 구동하는 핵심 소모품 캔틸레버의 경우 국내 제조사가 없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안 대표에 따르면 파크시스템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비용 절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캔틸레버 국산화에 주목하고 있었다. 현재 올림퍼스, 나노센서, 나노월드 등의 해외 기업들이 캔틸레버를 제조하고 있으며, 전량 외국에서 수입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파크시스템에서 케이팁에 캔틸레버 국산화를 의뢰했고, 창업 및 국산화 관련 지원을 약속했단다.

안 대표는 “파크시스템의 지원을 기반으로 캔틸레버를 만드는 회사를 창업하게 되었다. 교원 창업을 결심한 이유이고, 반도체 시장의 확장과 캔틸레버 국산화 등을 필두로 실험실특화형 창업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북대 물리학과 교수들과 반도체 공정을 담당하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까지 전문가 4명이 의기투합해 케이팁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캔틸레버 기술 확보, 양산 가능한 공정실도 구축

케이팁은 켄틸레버 제조를 위한 기술을 확보하고, 양산이 가능한 공정실도 연구실에 구축했다. (사진제공=케이팁)
케이팁은 켄틸레버 제조를 위한 기술을 확보하고, 양산이 가능한 공정실도 연구실에 구축했다. (사진제공=케이팁)

이른바 ‘맨 파워’는 충분했다. 네 명 모두 서울대학교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대표이사인 안상민 교수는 원자힘현미경 및 탐침 분야 자체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각자대표 최형국 교수는 양자 나노 소자 관련 전문가다. 사외이사인 양찬욱 교수와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조명래 박사는 반도체 소자 공정 및 측정 전문가들이다.

안상민 대표는 “시장성은 충분했다. 전 세계에서도 캔틸레버를 제조할 수 있는 곳은 10개 미만의 업체뿐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번 시도를 한 적 있지만 생각보다 만들기가 어려워 실패했다. 반도체 공정 장비 자체가 비싸고, 필요한 장비를 구성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간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장비를 갖췄어도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실패비용이 너무 큰 것이다. 파크시스템의 지원으로 기술도 갖추고 공정실도 구축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케이팁은 캔틸레버 제조를 위한 기술을 확보하고 공정실도 구축했다. 단순히 소규모 샘플링 개념이 아니라 양산까지 할 수 있도록 연구실을 갖추어 놓았다. 반도체의 경우 거대한 장비를 제조하는 게 아니라서 대규모 공장이 필요한 게 아니다. 연구실에 관련 장비를 갖추고 실리콘 웨이퍼 틀을 만들어 500~1,000개 제조하는 등 충분히 양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 초기창업패키지 지원 사업을 통해 시제품을 제작했으며, 파크시스템에 공급하기 위해 막바지 품질검사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의 외국산과 비슷한 품질은 갖추었으나, 더욱 고품질의 성능을 갖추기 위해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 시제품을 납품하여 품질평가를 받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국산 캔틸레버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캔틸레버 국산화에 성공한 케이팁은 핵심 소자에 한정하지 않고 반도체 공정 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소자 개발로 확장해갈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캔틸레버 개발 시스템을 구축한 만큼, 디자인만 바꾸면 웬만한 소자들을 맞춤형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 첫 번째 사업 아이템으로 캔틸레버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니 두 번째, 세 번째 소자로의 확장을 준비 중이다.

 

수 나노미터 고해상도, 10배 높은 탄성률 등 강점

케이팁의 캔틸레버는 수 나노미터의 고해상도, 10배 이상의 탄성률 등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사진제공=케이팁)
케이팁의 캔틸레버는 수 나노미터의 고해상도, 10배 이상의 탄성률 등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사진제공=케이팁)

케이팁의 캔틸레버는 타사의 제품보다 뾰족한 정도, 즉 ‘팁’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 안상민 대표에 따르면 기존 업체의 경우 실제로 5나노라고 표현해도 실제로는 7~8나노 수준인 경우가 대다수인데, 케이팁의 캔틸레버는 5나노여도 3~4나노로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에 유통되는 제품들에 비해서 초당 130% 정도 더 좋은 결과를 낸다고.

안 대표는 “성능이 괜찮아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대외적으로 내세울 수 있도록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시작한 스타트업이니 세월을 통한 검증이 필요한 시기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해도 시장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는다. 조급히 생각하지 않고 조금씩 시장에 공급하면서 꾸준한 테스트와 검증을 거친다면 3~5년 안에 큰 반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전했다.

국내 최초의 납품 가능한 원자힘현미경 캔틸레버 제조업체로서 수 나노미터 고해상도 캔틸레버로 차별화를 갖추었고, 탄성률을 10배 이상 높여 우수성을 강화했다. 균일 에칭 및 고해상도 리소 기술을 기반한 신뢰성 높은 캔틸레버를 제조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안 대표는 “막상 해보니까 성공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소자였다. 대충 만들어서는 안 되며, 적당히 만들 수도 없다. 반도체 경력 10년 이상의 인재가 반드시 필요하고, 적절한 인재가 있다 해도 레시피를 제대로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실패를 상당히 많이 했다. 실패비용이 많이 들어간 편이다. 파크시스템의 지원과 함께 반도체 붐을 타고 다양한 사업을 수주할 수 있게 되어 많은 혜택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케이팁은 캔틸레버 제조업이 굉장히 고부가가치 사업이라고 말한다. 웨이퍼 한 장당 들어가는 비용의 80%만 살려도 되돌아오는 게 수천 퍼센트에 이를 만큼 부가가치가 높단다. 고부가가치를 잘 살려 캔틸레버를 근간으로 다양한 소자로 확장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케이팁은 거칠기 측정기 외에 전류 특성을 측정하는 저항 측정기를 개발, 또 하나의 핵심 소모품을 만들 예정이다.

 

나노 소자 제조 전문가로 성장, 글로벌 시장 선도할 것

안상민 대표는 "성능이 우수해 경쟁력은 충분하다. 글로벌 반도체 인증기관 아이맥의 인증 등 다각적인 검증을 거쳐 나노 소자 제조 전문가로 성장,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상장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K글로벌타임스)
안상민 대표는 "성능이 우수해 경쟁력은 충분하다. 글로벌 반도체 인증기관 아이맥의 인증 등 다각적인 검증을 거쳐 나노 소자 제조 전문가로 성장,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상장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K글로벌타임스)

안상민 대표는 원자힘현미경 세계에서 15년 이상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고, 이를 전폭적으로 활용해 나름대로 케이팁에 ‘올인’했다는 점에서 대학 실험실특화형 창업지원 사업에 선정된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박사 때부터 연구를 지속하면서 기존의 상용장비를 쓰는 게 아니라, 직접 장비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안 대표는 “원자힘현미경 업계에서 뭐가 중요한지 알고, 핵심 소재 캔틸레버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새로운 사업을 구체화하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대학 창업지원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안 대표는 전북대 창업지원단에서 연구과제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던 점이 가장 큰 지원이었다고 말한다. 초기창업패키지 지원 사업으로 2억 원 규모의 8개월짜리 과제를 3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되었고, 실험실특화형 창업지원 사업에도 선정되었다.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 등 다양한 정보나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아이템을 부각하기 위한 전문가 멘토링, IR 자료 업그레이드 등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단다.

무엇보다 안 대표는 대학 창업지원단을 통해 스타트업의 대표이사로서 교수의 생각과 CEO의 시각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점을 확고히 깨달았다고 강조한다. 연구자로서 교수의 입장에서는 100을 했을 때 하나만 성공하면 되는데, 회사의 대표로서는 100을 하면 99개가 성공해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리워드가 있기에 재미도 느끼고 있다는 안 대표다.

그는 “전 세계에 원자힘현미경이 설치된 곳이 어마무시하다. 세계 어느 곳에 가도 이 장비는 있고, 기업이나 대학의 R&D 부서에 모두 들어가 있다. 시장은 너무나도 큰 것이다. 반도체 인증기관 아이맥을 통해서 인증을 받는 등 검증에 힘을 실어 차근차근 넓혀가면서 나노 소자 제조 전문가로서 ‘한국 주도형 반도체 소자 제조’의 상장기업으로 성장해 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K글로벌타임스 황정일 기자] hji0324@kglob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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