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2023년 글로벌 FDI(Foreign Direct Investment, 외국인직접투자)가 전반적인 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UNCTAD가 발표한 보고서(Investment Trends Monitor No.46)에 의하면, 2023년 글로벌 FDI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중국 등 대다수 개도국이 감소세를 기록했다.

 

2023년 글로벌 FDI 3% 증가?·△18% 감소?

일종의 속보치 격인 UNCTAD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FDI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1.37조 불을 기록했다. 전반적 약세 흐름 속, 이러한 표면적·통계적 증가에는 일부 유럽 국가의 Conduit(도관) FDI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UNCTAD의 분석이다.

Conduit FDI는 다국적기업이 세무 등의 전략적 이유로 제3국 SPC(Special Purpose Corporation, 특수목적법인)를 활용하여 투자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Conduit FDI는 모 다국적기업이 모국 ‘A’에서 투자유치국 ‘B’로 투자하는 과정에서 제3국 ‘C’를 중간 단계로 활용하는 경우 발생한다. 이때 투자는 ‘A’에서 ‘C’로 이동한 다음 다시 ‘B’로 이동하여 공장설립 등의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진다.

이 경우 C를 통하는 중간 단계는 단지 재정적일 뿐이며, C國에는 실제 '생산적인' 투자가 발생하지 않는 Conduit FDI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Conduit FDI를 통과 자본(Pass-Through Capital), 간접 FDI(Indirect FDI) 또는 해외 FDI(Offshore FDI)라고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Conduit FDI는 글로벌 FDI 허브 역할을 하는 국가·지역에서 발생한다. 이들 국가·지역은 다국적기업이 재무·재정적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최적화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투자 수단인 SPC 설립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Conduit FDI는 국제 생산에 대한 편향된 오류를 생산하고, 투자 허브를 경유하는 자본을 중복 계산함으로써, 투자 허브의 역할을 과장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지적을 오래전부터 받아 왔다. 더불어 현행 FDI 통계가 궁극적인 투자자 관계를 밝힐 수 없다는 한계점 개선을 위해, 최종투자자 관점에서도 통계를 작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UNCTAD 또한, Conduit FDI의 이러한 한계점을 고려, Conduit FDI 관련 사례를 제외한 ‘23년 글로벌 FDI는 전년 대비 △18% 감소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선진국 증가·개도국 감소

EU 지역 Conduit FDI 영향으로 2023년 선진국 FDI는 증가했으나, 개도국 FDI는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선진국 FDI는 2022년 4,060억 불에서 2023년 5,240억 불로 +29% 증가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Conduit FDI를 제외한 선진국 FDI는 △28% 감소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 EU FDI가 전년 △1,500억 불에서 1,410억 불로 대폭 증가했는데, 이는 룩셈부르크와 네덜란드에서 주로 발생한 Conduit FDI 영향이며, 그 외 회원국 투자는 △23% 감소했다는 것이다. 한편, 전년 대비 △3% 감소세를 기록한 미국 등 북미지역 선진국은 2022년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으나, 기타 선진국의 경우 △46% 감소하는 등 2023년 선진국 FDI는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다.

2023년 개도국 FDI는 8,410억 불로 대다수 국가·지역에서 투자 정체 및 감소세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그동안 글로벌 FDI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온 아시아 개도국이 가장 큰 폭(△12%)의 감소세를 보였으며, 중국 또한 2023년 FDI 규모가 전년 대비 △6% 감소했다고 이례적으로 인정했다. 다만, UAE向 투자 호조세가 지속되고, 사우디아라비아도 그린필드 FDI가 63% 증가하는 등 2023년 서아시아 FDI는 안정적인 흐름(+2%)을 유지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린필드 증가·M&A 감소

2023년 그린필드型 FDI 규모는 1.35조 불로 2022년의 1.28조 불 대비 6% 증가했다. 다만, 그린필드型 FDI 건수 기준으로는 2022년 17,981건에서 2023년 16,944건으로 △6% 감소세를 기록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UNCTAD가 장기간 하락세를 보인 제조업 분야에서 투자 회복 징후가 관측됐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는 대목이다.

UNCTAD에 따르면 2023년 M&A型 FDI는 금융 비용 증가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투자유형이다. 2023년 M&A型 글로벌 FDI는 4,020억 불 규모로 2022년의 7,070억 불 대비 △43% 급감했다. 건수 기준으로도 2022년 7,763건에서 2023년 6,488건으로 △16% 감소세를 기록했다.

 

GVC 집약 산업 강세·인프라 투자 둔화

산업별로는 GVC 집약(intensive) 부문 FDI가 성장세를 보였다. 2023년 자동차·섬유· 기계·전자 분야 등 GVC 집약 부문 FDI 프로젝트는 건수 기준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반면, 2022년 강력한 증가세를 기록한 반도체 부문 2023년 FDI는 그린필드 금액 기준 전년 대비 △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운송·전력·수도·통신 등을 포함한 인프라 산업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국제 프로젝트 금융 투자 둔화 등의 영향으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글로벌 FDI 완만한 성장세 기대

그동안 극한의 불확실성 속, 방향성 수준의 전망조차 제시하지 않던 UNCTAD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2024년 글로벌 FDI에 대해 모호하지만, 의미 있는 예측을 발표했다. UNCTAD는 상당수 경제권의 물가·금리 상승세가 안정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4년 글로벌 FDI가 완만한(modest)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➊지경학적 리스크 ➋다수 국가의 高부채 수준 ➌글로벌 시장·경제의 분절화 심화 우려 등의 위험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이며, 이러한 요인들이 2024년 글로벌 FDI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K글로벌타임스 케이글로벌타임스 ] opinion@kglob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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