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Nearshoring(니어쇼어링), 즉 최종 소비자와 더욱 인접한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이동하는 추세가 유럽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영국 Financial Times 계열 FDI(외국인직접투자) 전문 조사기관인 ‘fDi Markets’이 최근 서유럽 인근 지역의 그린필드 FDI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증가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fDi Markets’ 자체 통계를 활용한 단편적인 보고서이나, UNCTAD가 WIR(World Investment Report) 등 주요 보고서에서 ‘fDi Markets’의 그린필드 투자 통계를 주로 인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글로벌 FDI의 또 다른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소개한다.

 

CEE·북아프리카 지역 제조업 FDI 증가

fDi Markets에 따르면 ‘22년~’23년간 CEE(Central and Eastern Europe, 중·동부 유럽) 지역과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15개 국가·지역에서 820억불 규모의 외국 기업에 의한 제조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고 한다. 이는 fDi Markets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팬데믹 이전인 ‘18~’19년에 대비 62% 증가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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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와 폴란드가 유럽 내에서 전략적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Nearshoring의 CEE 지역 최대 수혜자이다. 헝가리는 지난 2년(‘22년~’23년) 동안 제조업에 188억불 상당의 FDI를 유치했는데, 이는 ‘18~’19년보다 141%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중국 CATL과 한국의 SK이노베이션 등의 배터리 관련 투자에서 발생했다. 또한, 중국 EV(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 BYD가 헝가리 Szeged(세게드) 지역에 유럽 최초의 EV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는 EU가 중국의 EV 산업 보조금 조사를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취해진 조치였다.

한편, 폴란드도 지난 2년(‘22년~’23년) 동안 팬데믹 이전 대비 제조업 FDI가 45% 증가했다. 이는 주로 미국 Chip(칩) 제조업체인 Intel(인텔)의 새로운 Fab('Fabrication Facility, 반도체 제조시설) 건설 계획에 힘입은 결과이다. 또한, 독일 Volkswagen (폭스바겐)과 벨기에 Umicore(유미코아)의 합작사 Ionway(이온웨이)도 폴란드 Nysa(니사) 지역에 EV 배터리 소재인 CAM(Cathode Active Material, 양극활물질) 생산시설을 건립 중이다. 이는 유럽 최초의 배터리 CAM 생산시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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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 Renault(르노)는 러·우戰으로 인해 러시아 사업장을 폐쇄한 후 터키 Bursa(부르사) 공장을 국제 수출 허브로 전환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와 함께 4억 유로를 투자했다. ‘22년부터 Bursa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 대부분이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그런데 폴란드, 헝가리 등 '전통적인' CEE 주요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기업들이 신규 공장 설립을 위한 대체 장소를 물색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북마케도니아의 제조업 FDI도 최근 2년 동안 ’18~‘19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세르비아, 체코, 불가리아 등도 15억불 규모의 제조업 투자를 유치했다.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모로코나 이집트 등 북부 아프리카 국가로도 글로벌 투자가들이 향하는 모양새이다.

 

Nearshoring 증가 요인(장점)과 내재적 단점

코로나19 팬데믹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지나치게 thin and long(얇고 긴) GVC의 취약성이 노출되는 계기가 되었다. 먼저, 글로벌 기업들은 Nearshoring을 통해 상대적으로 짧은 공급망을 구축, 회복 탄력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건비 등 여러 제약 요인으로 인해 자국 시장으로의 완전한 복귀(Reshoring)가 곤란한 다국적기업에게 인근 지역에 제조 허브를 구축하는 Nearshoring은 또 다른 기회로 인식되며, 더욱 신속한 의사결정을 단행할 수 있었다. 또한,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EV·배터리·반도체와 같은 전략적 산업부문의 보호주의 정책에 대응 Nearshoring은 관세 장벽을 우회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중국發 위험 제거와 공급망 개선 등의 목적으로 기업들이 Nearshoring을 선택하고 있다.

그런데 자국 인근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Nearshoring에도 함정은 있다. 최근 全 세계적인 분쟁과 갈등 그리고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로 애써 탐색 및 건설한 제조 허브가 위험에 노출될 우려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K글로벌타임스] opinion@kglob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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