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nbsp;<br>
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 

지난 2020년 말 프랑스는 프랑스軍에 야간 투시경을 공급하는 'Photonis Technologies SAS'에 대한 미국 'Teledyne Technologies'社의 인수계획을 불허했다. 프랑스는 'Photonis Technologies SAS'社가 군 작전에 필수적이며, 주권이 최우선 고려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본 사례는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한 프랑스 정부 최초의 불허 사례로, 팬데믹 이후 더욱 가속화되는 EU의 외국인직접투자(FDI)에 대한 심사 확대 추세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최근 외국 기업의 EU 역내 기업 FDI에 대한 EU 심사의 초점이 '투자자의 국적'에서 '기술 주권' 측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FDI 특히, M&A 대상 기업의 자산·기술 등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중국 투자자뿐만 아니라, EU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의 '완전히 호의적인 투자자(totally benign investors)'가 제안한 FDI(M&A)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첨단 재료(advanced materials) 및 합성 생물학(synthetic biology)과 같은 분야에서 외국 인수자로부터 전략적 기술 보호를 목표로 EU의 FDI 심사 체제가 변화하고 있다. EU의 FDI 심사 매커니즘에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EU 전체 차원의 FDI 심사 규정 시행

전체 EU 차원의 FDI 심사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FDI 심사 체제는 국가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데 지난 2020년 10월 11일, EU 전체차원의 FDI 심사 규정(EU wide FDI screening regulation)이 전면 시행되었다. EU 내부에서는 역내 협력이 강화된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EU 집행기관과 회원국이 '투자촉진(investment promotion)' 대(versus) '기술주권(technological sovereignty)' 및 '국가 이익 보호(protection of national interests)'의 균형을 추구함에 따라 외국 투자자의 경우 더욱 복잡해지는 FDI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상반된 평가가 병존하는 상황이다.

EU의 FDI 심사 규정 시행 이후, 회원국들은 국가별 심사 내역을 EU 집행위원회와 기타 회원국에 보고하고 있다. 이는 일부 FDI가 관련 회원국보다 많은 EU 국가에서 보안 또는 공공질서 위험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EU 집행위는 보고된 특정 FDI 거래의 위험에 대해 15일 이내에 심사 회원국에 구속력이 없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EU의 FDI 심사 규정은 투자자에게 상당히 비효율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거래 규모나 M&A 대상 기업의 위치와 관계없이 EU 27개 회원국 모두에게 통지가 된다는 사실로 인해 더욱 많은 이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M&A 대상 기업이 EU 內에서 여러 회원국과 거래를 영위할 경우, 회원국별로 다양한 심사 규정이나 요구 사항을 모두 충족 시켜야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회원국의 경우 자국과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경우에도 FDI 심사를 면밀히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회원국을 중심으로 자국의 FDI 심사 체제를 EU 전체의 FDI 심사 규정과 일치시키려는 시도도 있지만, 독일과 같은 국가는 훨씬 더 까다로운 심사 매커니즘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7월 기준 27개 EU 회원국 중 18개국이 FDI에 대한 적극적 심사 메커니즘을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EU 국가별 FDI Screening Status(출처 : European Commission, State as of 31 July 2021)
EU 국가별 FDI Screening Status(출처 : European Commission, State as of 31 July 2021)

그런데 실제 EU의 FDI 심사 규정이 對EU FDI를 현저히 감소시킬 수준으로 매우 까다롭게 운영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2020년 회원국이 심사한 약 1,800개 투자 중 20%만이 공식 심사를 거쳤으며 이 중 91%의 FDI가 승인되었다. 다시 말해서, EU에 의해 FDI가 불허된 비중은 FDI 전체 대상 중 약 1.8%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사 수행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은 對EU FDI가 복잡해 졌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發 對EU 투자 감소

EU 집행위에 따르면 2020년 최종 소유자가 중국인 투자자들이 EU 내에서 수행한 해외 M&A 프로젝트 수는 전년 대비 63% 감소했다. 독일의 경우 2016년 49개에서 2020년 14개로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0년 중국發 독일 M&A型 FDI 프로젝트 수 14개는 같은 해, 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에서 이루어진 중국發 FDI 프로젝트 거래의 합계보다 여전히 많은 수준이었다.

2019년 대비 2020년 중국發 EU M&amp;A 프로젝트 증감률(출처 : European Commission)
2019년 대비 2020년 중국發 EU M&A 프로젝트 증감률(출처 : European Commission)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반도체(semiconductors), 신에너지(new energy) 및 첨단 재료(advanced materials)와 같은 전략적 관심 분야와 핵심 기술 분야에서도, 일부 중국發 對EU FDI가 여전히 EU에서 승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0년 4월 중국 철도·차량 제조 기업인 CRRC의 독일 철도 기술 기업 'Vossloh' 인수 건 등이 있다.

▶ FDI 심사 범위와 대상, 목적의 확장

일각에서는 FDI 심사가 반독점 이슈 관련 '기업 결합심사'보다 더욱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FDI가 본질적으로 매우 정치적이고, 국익에 더욱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전략물자의 기술이전 통제와 관련한 이중 사용(dual-use) 이슈 해소방안으로 'FDI 심사 강화'가 대두되고 있다.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국가의 기업에 의해 행해지는 자국 기업 기술, 노하우에 대한 접근을 FDI 심사를 통해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U의 FDI, 그리고 FDI 심사 트렌드가 기술 주권 확보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더 나아가 보다 다양한 목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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