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핑거비나 대표이사
이정훈 핑거비나 대표이사

[K글로벌타임스] 베트남 북부 하노이의 11월부터 4월까지는 건조기로 한국의 초가을 날씨와 비슷하다. 아침저녁은 쌀쌀하고 낮은 약간 덥게 느껴진다. 야외 활동하기 좋은 날씨지만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면 하늘은 흐릿하다. 뿌연 공기 속으로 코로나19 펜데믹에 의해 잠시 중단되었던 고층 건물들이 하나둘 완성된 형태를 갖추기 위해 대형 트럭들이 건물 입구로 오가고 있으며, 여전히 너무 많아 숫자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오토바이들과 어느새 늘어난 자동차들이 온종일 도로를 달리고 있다.

베트남 뉴스에서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베트남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13%대의 성장을 했다고 야단이고 올해 약 7.5% 성장률은 확실하다고 한다. 또한 5년 내 인당 GDP USD 5000 돌파를 예상한다고 자신하고 있다.

베트남 2022년 3분기 GDP 경제성장률. [사진: 베트남 통계 총국(GSO)]<br>
베트남 2022년 3분기 GDP 경제성장률. [사진: 베트남 통계 총국(GSO)]

중국은 코로나 봉쇄령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기에 많은 글로벌 제조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 제조 공장조차 베트남으로 진출이 확대되고 있기에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베트남 북부에는 공장 지을 땅이 없다고 할 정도다.

또한 팜 민 찐(Pham Minh Chinh) 베트남 총리는 베트남의 역량강화 및 글로벌 가치사슬 편입 확장을 위해 한국 외 선진국가들의 기업 총수들과 연이은 미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투자 및 협력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적극적인 경제 확대를 위한 베트남 정부와 산업계의 노력은 스타트업 육성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국가혁신센터(NIC)의 ‘기술혁신 및 투자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2040년경 아세안에서 인도네시아에 이어 2번째 규모의 디지털 강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 기반한 베트남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유치액도 지난해에만 14억4200만 달러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던 2020년의 경우에만 4억5100만 달러로 줄어들었을 뿐, 2019년(8억7400만 달러) 대비 150%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베트남은 1000만 달러 이상 대형 투자유치 건이 전체의 82%를 차지하는 등 규모와 내실 모두 챙기고 있다. 최근 베트남을 제2의 중국으로 생각하는 해외 유명 VC들이 베트남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탈(VC)과의 밋업 행사와 네트워크 미팅을 위해 하노이와 호찌민 중심으로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 한국은 투자 겨울

2022년초 한국 경제는 위드코로나로 비교적 낙관적인 분위기였다면 2월에 발발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중국 경제 봉쇄 조치 장기화, 미중 경제 패권 경쟁, 신흥국의 금융위기 등으로 하반기 들어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와 저성장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 등 경제 전반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최근 벤처투자 혹한기는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이미 올 2분기부터 벤처투자가 감소세로 전환됐고, 9월엔 올 들어 처음으로 벤처투자금이 5000억 원 아래로 떨어졌다(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9월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건수는 123건, 유입투자금은 3816억 원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금리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여파로 당분간 혹한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CVC는 2018년 84개에서 올해 14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 베트남은 투자 여름

베트남 정부는 2025년에는 디지털 정부, 결제, 물류체계 등 모든 디지털화를 포괄하는 ‘디지털 경제’가 베트남 GDP의 20%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3년간 디지털 기술 관련 스타트업의 탄생 및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선진 스타트업 기업들의 베트남 직접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와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전처럼 최근 한국 다수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 이미 음악, 드라마·영화, 음식까지 한류가 자리 잡고 있으며 삼성 등 9000여 한국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기에 최소 베트남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기업에 덜 위험하고 안정적인 조건을 갖춘 나라임이 분명하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스타트업 창업 지원을 해주는 ㈜쿠필더의 이주홍 대표는 ”베트남 내수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팬데믹을 거치며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한국 스타트업의 베트남 진출이 급증하고 있다“라며 “베트남 개발 인력의 풀도 안정적일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당분간 스타트업 및 투자자의 베트남 진출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더인벤션랩 K-Global Accelerator: Dream Challenger Vietnam Demo Day - 베트남의 한국 스타트업 밋업. [사진: 쿠빌더]<br>
더인벤션랩 K-Global Accelerator: Dream Challenger Vietnam Demo Day - 베트남의 한국 스타트업 밋업. [사진: 쿠빌더]

아울러 올해 하반기 60억 원의 시리즈A 투자라운드를 마친, 베트남 금융 IT기업 인포플러스의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인포플러스는 전체 인력의 70%가 베트남 현지 개발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어, 안정적인 자체 R&D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국에서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 금융 IT사로부터 전략적인 투자와 사업 협약까지 이뤄냈다. 기존 단순 사업 협약 정도로만 머물던 다른 사례들과는 다르게 직접 현지 스타트업 투자와 공동 사업기회 창출이라는 인포플러스와 같은 사례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다.

◇ 베트남 내 스타트업 창업을 위해

현재 베트남 스타트업 시장은 한국의 2010년대 후반과 비슷하다. 연간 글로벌 투자펀드를 통한 투자 건도 2021년 기준 165건으로 한국은 한 달에 200개 이상 투자 및 현업이 진행되는 데 비해 여전히 투자 활성화 측면에서 열악하나 높은 경제성장률과 정부의 노력 그리고 글로벌 투자자 유입 등 장기적인 측면에서 잠재력이 아주 높은 편이다. 2021년 베트남 내 유니콘(10억 달러 가치 인정) 기업은 4개로 작년 블록체인 기반 게임 엑시인피니티(Axie Infinity, AXS)를 개발한 스카이마비스(Sky Mavis)와 전자지갑 플랫폼 모모(Momo) 그리고 베트남 내 카카오톡인 잘로(Zalo) 개발사인 VNG와 결제 플랫폼사인 VN페이(VNPay)가 있다.

자료 : NIC(베트남 국가혁신센터), Do Ventures(벤처 투자펀드 도벤처)
자료 : NIC(베트남 국가혁신센터), Do Ventures(벤처 투자펀드 도벤처)

최근 베트남 정부의 디지털 전환 관련 한국을 포함한 외국 벤처캐피탈(VC)의 투자 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봉쇄되었던 국제 여행이 3월 이후 재개되면서 글로벌 VC들의 공격적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롯데그룹이 베트남 현지 스타트업 육성과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 지원을 위해 외국계 기업으로는 최초로 벤처투자법인을 승인받아 베트남 내 벤처 생태계를 구축한다.

현재 베트남은 전통적인 투자기업 외 비전통적 투자가(헤지펀드, 연금펀드, 국부펀드, 정부기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등)의 참여가 2021년 베트남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1/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등 그야말로 벤처 붐이 형성되고 있다.

스타트업 성장에는 우수한 인재,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적 기술, 사업이 성립할 수 있는 시장과 이에 부응하는 제품, 그리고 이것을 실행할 자금이 필요하다.

베트남은 스타트업 성장에 필요한 자양분에 있어 부족한 부분(미흡한 인프라, 기술보호제도, 필요 인재 등)이 여전히 많지만 코로나 이후 베트남에도 비대면 거래와 결제, 배달, 재택근무, 원격교육과 의료 등의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고 정부는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해소해주고 있기에 관련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 베트남은 코로나19 전보다 스타트업 에 훨씬 매력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베트남에서의 스타트업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라면 지금의 베트남 현지 상황을 좀 더 깊이 있게 지켜보고 준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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