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운영하는 해외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GEP
구예림 대표, 한국인 최초로 GEP 딜메이커로 선정돼
영국은 글로벌 기준이자 세계 경제의 중심지···영국 진출이 가진 장점 꼽아

[K글로벌타임스] '딜메이커'. 우리에게는 낯선 용어지만, 영국과 GEP(The Global Entrepreneur Programme) 선정 기업 및 선정을 바라는 기업들에는 너무나 익숙한 단어다. GEP 선정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딜메이커가 드디어 한국에도 등장했다. 이미 GEP에 선정된 스타트업을 이끄며 GEP와 돈독한 인연을 맺은 구예림 대표다. 그를 만나 GEP에 대한 소상한 이야기를 전해 들어보았다.

 

구예림 딜메이커. [사진=구예림 딜메이커]
구예림 딜메이커. [사진=구예림 딜메이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국 주요 중앙 정부 부처인 DBT(Department for Business & Trade, 이하 DBT)의 동북아시아(한국) 담당 딜메이커 구예림입니다. 최근 주요 관심사는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및 투자, 상장 등이며 현재는 약 50여 개의 파이프라인 기업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Q. The Global Entrepreneur Programme(GEP)란 무엇입니까?

GEP는 DBT의 flagship 기업 지원 정책입니다. DBT는 영국 주요 중앙 정부부처로, 국가의 발전과 투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최근 특히 영국과 한국 간의 무역 촉진 및 한국 혁신 기업들의 영국 투자 유치에 큰 관심과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GEP는 2004년에 시작해 현재까지 1000명 이상의 전 세계 혁신 창업가와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을 도와 빠르고 효과적인 영국 정착 및 글로벌 시장으로의 도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GEP 선정 기업은 글로벌 본사(GHQ) 설립을 시작으로 분야별 전문가들의 멘토링, 핵심 네트워크 소개 및 확장 지원, 지속적인 GEP alumni 관리 등을 받으며 성공적인 수·출입, 투자 유치, 연구개발(R&D) 기술 고도화, 우수 인재 채용, 유망 파트너사 확보 등 기업의 상황과 니즈에 맞춘 단계별 지원을 받게 됩니다.

기존에는 주로 미국과 유럽 기업이 대부분 GEP에 선정되었고 한국 기업의 사례는 많이 없었지만, 2021년부터는 한국 담당 딜메이커 임명과 예산 배정이 이뤄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들의 적극적인 영국 진출 및 주요 기관과의 소통이 가능해졌습니다.

 

Q. 딜메이커란 무엇입니까?

딜메이커는 GEP를 관리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딜메이커는 DBT에 소속을 두고 있으며 일종의 선발 과정을 통과한 현직 창업자, 귀족·훈장 수령자, 주요 정부기관·대학 출신 고위직 관계자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보통 딜메이커 직을 수행하면 장기간 활동하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에 맞춰서 지속적이고 꾸준한 소통이 가능합니다. 딜메이커는 지역별, 기술 분야별로 다시 나뉘며 매년 분기별 priorities 및 target sectors를 함께 상의합니다. 이후 효과적인 기업 발굴, 지원 등을 위해 프로젝트별로 팀을 이뤄 협업합니다.

딜메이커는 영국 DBT 본부를 중심으로 영국 내와 해외로 나눠 베이스를 두고 활동하며 주기적으로 런던에 모여 GEP 행사를 개최합니다. 또한 영국 정부를 대신해 창업자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합니다.

이렇게 딜메이커끼리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각자 분야에 대해 서로 배우고 도움을 주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매년 성공적으로 정부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딜메이커들과 창업자 관리를 하는 GEP 본부의 관리직 공무원분들과도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GEP팀이 일하는 방식이나 분위기가 정부기관보다는 열정적인 스타트업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Q. 대표님은 어떻게 딜메이커가 되셨나요?

저 또한 GEP에 선정된 창업자 중 하나였습니다. 2015년에 영국에서 창업 후, 투자 유치 등을 이끌어내며 GEP 기업으로 선발이 되어 영국 정부의 다양한 지원과 교육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 꾸준히 다른 GEP 기업 및 분야별 딜메이커들과 소통하고 함께 일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던 중, DBT의 head of entrepreneurship이자 GEP를 약 20년간 이끈 Derek Goodwin님과 GEP에서 가장 오래 활동한 딜메이커에게 저 또한 딜메이커로 함께 해줄 것을 제안받았습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회사도 있고 한국 정부기관에서 맡고 있던 역할도 있어 이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있을지 잠시 고민을 했지만, GEP의 방향과 내부 분위기가 너무 좋은 것을 알고 있었고 앞으로 저희 회사를 포함한 한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 기회와 폭발적인 성장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점에 심장이 뛰어, 다양한 선발 과정, 인터뷰, 심사 등을 거쳐 딜메이커가 됐습니다.

제가 딜메이커로 더 열심히 활동하면 할수록 스타트업 지원, 해외 진출에 대한 정책 반영과 한국으로의 투자에 영향을 미쳐 결국에는 저희 회사에게도 좋은 영향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Q. GEP가 어떻게 해외 스타트업의 영국 진출을 돕는지요?

각국의 대표님들이 영국에 오셔서 가장 많이 하는 말씀은 ‘영국에서 서비스를 테스트해보니 좋다’보다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테스트해보니 좋다’입니다. 영국은 자체적인 인프라는 물론, 전 세계 각국의 기업, 기관, 대학, 연구소, 병원 등을 유치해 영국 내에서 글로벌 시장에 대비하고 성장할 수 있게 환경과 시스템을 빠르게 갖췄습니다.

이러한 환경에 빠르게 랜딩하고 적응하고 성장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으로 GEP는 많은 분들이 열망하시는 영국의 ‘start up VISA’와 ‘innovator VISA’의 endorsement(보증) 기관입니다.

중요한 IR 자리에 창업자가 단기·여행 비자를 지닌 상태로 들어가거나, 영국에서 마켓 탭핑을 해보려는 정도의 뉘앙스를 보이는 창업자가 현지 투자를 받은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이미 영국에는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평판이 좋은 회사가 많고, 정말 적극적으로 나서서 영국의 선진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제대로 활용하는 곳도 많습니다.

GEP는 이렇게 본격적으로 영국에 진출하고 또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회사를 지원하기 때문에 직접 영주권 및 시민권 전환이 되는 VISA까지 케어해드리며 창업자분들이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합니다.

이외에도 (딜메이커에 따라 분야와 지원은 다양하지만) 성공한 현직 창업가의 멘토링, 투자 유치 기회 제공 및 주요 정부 기관 연계, 소프트랜딩 지원, GEP 네트워크 공유 등이 있습니다.

 

Q. 어떤 기업들이 GEP 기업으로 선정되는지요?

GEP가 찾고 있는 회사는 성장 가능성이 많은 유망 기업입니다. 기업의 규모가 너무 작거나 너무 크다고 선발에서 제외 되는 것은 아니며, 큰 도약 수준으로 성장을 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나라 전체가 하나의 엑셀러레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GEP와 같은 지원책을 통해 빠르고 크게 성장하여 다시 다른 나라로 도약 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GEP는 전 분야 창업 기업이 지원 가능하지만 주로 아래 분야의 기업들이 많이 선정이 되곤 합니다.

• Advanced Materials and Manufacturing
• AI, Digital and Advanced Computing
• Bioinformatics and Genomics
• Engineering Biology
• Electronics, Photonics and Quantum
• Energy and Environment Technologies
• Robotics and Smart Machines

 

Q. 한국 기업 중 GEP 기업은 어떤 기업들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GEP 전체 기업 중에서 한국 기업의 수는 아주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과 영국의 적극적인 교류 분위기를 타고, 이미 상장한 중견 기업부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초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이 빠르게 선정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GEP 기업들의 리스트에 한국 기업의 이름이 올라가고 영국 내에서 단단한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스타트업들이 미국이나 타 유럽 국가 같은 다른 나라가 아닌 영국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째로, 런던은 명실상부한 유럽의 경제 중심지입니다. 런던은 유럽 내에서 비즈니스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 중 하나로, 높은 수준의 인프라와 비즈니스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과의 무역을 하기에 용이합니다.

영국은 유럽연합(EU)을 탈퇴한 후에도 EU와의 자유무역협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런던은 유럽의 비즈니스 중심지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영국에 진출한 한 후 유럽시장에 진입한다면 타 스타트업에 비해 유리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영국은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경쟁력 있는 장소입니다. 런던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모여 있고, 다양한 산업 분야의 선도 기업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세계 시장 진출에 유리한 스타트업 환경이 구축돼 있습니다.

특히, 영국 스타트업의 중심지인 런던은 약 6000개의 혁신 스타트업의 활동 중이며 유럽의 기술이 집약된 곳입니다. 런던은 자타공인 자금 운용 규모가 가장 거대하며 17년 기준으로 런던 스타트업의 자금 유치 금액은 약 4조 원에 가깝습니다. 영국에 HQ를 두고 있는 유니콘 기업은 44개에 달합니다. 영국 정부는 세계 최초로 분야별, 지역별 스케일업 육성 전담 기관(scale up institute)을 세워 2034년까지 GDP 약 369조 원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셋째, 영국 정부의 지원과 혜택이 매우 많습니다. 영국 정부는 새로운 기술 및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특히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유망한 기업을 발굴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또한, 영국은 법인세율이 낮고 세제 혜택을 제공하여 비즈니스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들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영국은 장기간에 걸쳐 GEP, sandbox, patentbox, EIS/SEIS, VISA 등 다양한 선진 지원을 제도화해 아는 사람만 받아가는 지원이 아니라, 누구든 영국에서 창업을 한다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뒀기 때문에 해외 기업의 빠른 적응과 성장이 가능한 환경입니다.

넷째, 영어 사용 환경도 좋은 장점이 됩니다. 영국에는 전 세계의 사람이 모여 있어, 영어라는 언어로 비즈니스를 합니다. 일부 국가에 비해 언어적인 장벽이 적고, 다국적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소통이 원활할 수 있습니다. 목표로 하는 국가에 일일이 직접 진출하는 것보다 영국에 GHQ를 두고 목표 시장과 소통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다섯째, 영국은 기준을 만드는 곳입니다.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점으로 평균 시를 따르듯, 전 세계는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기준을 영국의 것을 따르고 있습니다. 분야의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신다면, 전 세계가 그 기술 기준을 따르도록 기술 선도 생태계를 만드는 데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영국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은 타 국가에 비해 해외 스타트업 발굴, 육성에 호의적이며 스타트업이 필수로 부담해야 하는 조건이 적은 편입니다.

일례로 창업자가 필요할 경우 시민권 비자를 지원해주지만, 꼭 영국에 평생 살아야한다는 전제 조건은 없습니다. 오히려 스케일업해 타 국가 및 창업자의 본국에서의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꾸준하고 장기적인 지원을 하는 편입니다.

또한 일부 주요 국가는 GEP와 같은 해외 창업자 발굴, 육성 정책에서 현지 인력 고용, 기술 이전, 자부담 비용 등 필수 조건이 붙지만 영국은 아주 쿨한 편입니다.

물론, 영국의 혁신 창업 클러스터를 제대로 경험한 창업자가 그 곳에서 이탈하는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장기간 구축해둔 국가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굳이 그러한 제약 조건을 만들어두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한국 스타트업이 영국에 진출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유리할 것입니다.

[K글로벌타임스] opinion@kglob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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