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약 1년 전, 바이든 美 대통령은 Chips and Science Act(CHIPS, 반도체법, 2022년 8월 9일)와 Inflation Reduction Act(IRA, 인플레이션 감축법, 2022년 8월 16일)에 각각 서명했다. 그로부터 1년 뒤, Financial Times는 지난 8월 16일 기사를 통해 두 법안과 관련하여 반도체,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및 풍력 부품을 포함, 110개 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미국에서 발표되었다고 보도했다.

 

2,240억 불 투자 유치 및 10만 개 이상 일자리 창출

Financial Times는 CHIPS와 IRA가 통과한 2022년 8월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1억 불 이상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추적한 결과, 최소 2,240억 불 규모의 청정 기술(Clea Tech) 및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관련 투자로 인해 약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로 관련 투자는 미국기업의 자국 내 투자를 포함한 수치다.

사진=Financial Times, Inside the $220bn American cleantech project boom (16-AUG-2023)<br>
사진=Financial Times, Inside the $220bn American cleantech project boom (16-AUG-2023)

관련 기사에서 청정에너지 로비 그룹인 美 재생에너지 위원회(American Council on Renewable Energy) 그레고리 웨트스톤(Gregory Wetstone) CEO는 IRA가 미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며 미국 제조업의 르네상스에 기여하는 등 미국 경제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법 중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부문 최대 투자 단행

가장 큰 투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발표되었다. Intel은 애리조나주에 생산거점을 확장하고 대만의 TSMC도 같은 주(州)에 두 번째 제조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IBM은 뉴욕 허드슨 밸리 지역에 투자했으며, Micron은 뉴욕 클레이에 미국 최대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사진=상동 (※ AZ: 애리조나주, NY: 뉴욕주, ID: 아이다호주, UT: 유타주, NC: 노스캐로리나주, GA: 죠지아주, OH: 오하이오주)<br>
사진=상동 (※ AZ: 애리조나주, NY: 뉴욕주, ID: 아이다호주, UT: 유타주, NC: 노스캐로리나주, GA: 죠지아주, OH: 오하이오주)

계획된 프로젝트는 美 전역에 분포돼 있지만, 특정 주와 지역이 두각을 나타내며 새로운 제조 허브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가 각각 14개와 11개로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유치했으며, 미시간, 오하이오 그리고 애리조나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사진=-Financial Times, Inside the $220bn American cleantech project boom (16-AUG-2023)<br>
사진=-Financial Times, Inside the $220bn American cleantech project boom (16-AUG-2023)

 

 

한국과 유럽기업이 투자 경쟁 주도

지난해 8월 CHIPS와 IRA 법제화 이후, 한국기업이 20개, 유럽기업이 19개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對美투자를 주도했다. 미국의 동맹국 기업들은 IRA로 촉발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미국기업과 IRA 보조금 경쟁을 위해, 對美투자를 서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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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T research
사진=Financial Times, Inside the $220bn American cleantech project boom (16-AUG-2023)<br>
사진=Financial Times, Inside the $220bn American cleantech project boom (16-AUG-2023)

올해 3월 EU는 IRA에 대응하기 위해 소위 EU판 IRA라는 EU CRMA(Critical Raw Materials Act, 핵심원자재법) 초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구책에도 불구, IRA의 투자유인 효과는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태양광 전지·모듈 제조업체인 Meyer Burger는 지난 7월 IRA 보조금 혜택을 수혜하기 위해 기존 독일 공장 확장 계획을 보류하고, 美 콜로라도에 4억 불 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중국 기업이 미국과의 관계 악화에도 불구, 투자를 단행했으나 예전보다 규모 면에서는 매우 작은 수준이었다. FT 분석 기준 가장 큰 규모의 중국發 對美 투자는 중국의 배터리 전문기업 Gotion의 24억 불 규모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설립 투자와 중국의 자동차 유리 제조 기업 Fuyao Glass의 오하이오주 기존 자동차 유리 공장 확장을 위한 3억 불 규모 투자였다.

 

공화당 지역구 압도적 투자 유치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IRA와 CHIPS에 미온적인 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의원들의 지역구로 대부분이 투자가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에만 조지아의 공화당 지역구에 25억 불을 투자한 우리나라의 태양광 셀 제조업체 한화큐셀은 대변인을 통해 조지아의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으로부터 놀라운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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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inancial Times, Inside the $220bn American cleantech project boom (16-AUG-2023)

 

그런데도 지난 6월 美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공화당 주도 세입위원회(The House Ways & Means Committee)를 통해 IRA의 전기차 세제 혜택을 개선하는 등 IRA를 전반적으로 약화시키는 ’Build it in America Act‘를 승인했다. 이러한 공화당 의원들의 움직임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향후 눈여겨볼 대목이다.

 

숙련노동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한 가동 지연 문제 대두

미국의 건설 로비 단체인 Associated Builders and Contractors는 최근 미국이 새로운 공장 건립 발표에 따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2023년에만 50만 명의 건설 노동자 부족에 직면해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美 반도체 산업 협회(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와 Oxford Economics는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2030년경 미국 內 컴퓨터 과학자와 엔지니어 약 100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꺼번에 많은 반도체 공장설립이 추진되다 보니 건설 노동자를 적기 조달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다음으로는 공장에 적합한 설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하여 실제 공장설립 후 가동까지의 기간이 예상보다 훨씬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연되는 기간의 기술 발전 속도와 원자재 공급 문제도, 美 주도의 GVC 재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과 더불어 이러한 문제점을 근거로 동아시아가 2030년까지는 글로벌 청정 기술 및 반도체 공급을 지속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시되는 상황이다.

CHIPS와 IRA 법제화 이후 지난 1년 동안 미국은 최소 2,240억 불 규모의 청정 기술 및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 유치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이제 실제 관련 프로젝트들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구현되는지 그리고 그 영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K글로벌타임스] opinion@kglob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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