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23년 1분기 우리나라 FDI(Foreign Direct Investment, 외국인직접투자) 실적이 발표됐다. ‘23년 1분기 우리나라 FDI는 신고기준 전년동기대비 3.4% 증가한 56.3억불, 도착기준으로는 27.7% 감소한 33.8억불을 기록했다.

부정적 대외환경 속, 2년 연속 1분기 FDI 역대 최대실적 달성

무엇보다 高물가·高금리 지속, 러·우戰 장기화 등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 모멘텀 위축에도, ‘23년 1분기 FDI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6개월 연속 수출 감소와 13개월 연속 무역적자라는 우리 경제의 힘든 상황 속, 한 줄기 빛이요, 가뭄의 단비 같은 성과라고 판단된다.

산업부는 주요국 긴축 기조, 고금리 상황, 자금시장 경색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22년 1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 신고 실적을 갱신한 의미 있는 성과이며, 한국의 안정적 투자환경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확인된 것으로 평가했다.

 (자료 : 산업부 보도자료 및 INSC)

‘23년 1분기 도착기준으로는 전년동기대비 감소했으나, 최근 5년 평균 36.6억불과 유사한 수준이며 10년 평균 32.0억불을 상회하여, 도착기준으로도 장기적 상승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서비스업 역대 2위·제조업 3위 실적으로, 우리 경제 버팀목 역할 수행

`23년 1분기 서비스업 FDI가 전체의 70.1% 비중인 39.5억불로, 전년동기대비 4.8% 증가하며 1분기 FDI의 증가세를 견인했다. 신고기준 서비스업 FDI 39.5억불은 서비스업 1분기 역대 2위 실적이다. 서비스업 FDI의 전통적 주력업종인 금융·보험, 도·소매(유통), 정보통신, 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투자가 고루 발생했다.

제조업 FDI 또한 지속 유입되며, 우리나라 제조업 투자 매력도 확인 및 제조역량 강화에 기여했다. `23년 1분기 제조업 FDI는 신고기준 15.4억불로 ‘22년 신고 16.5억불 대비 6.2% 감소했다. 그러나 ’23년 1분기 기록한 15.4억불은 제조업 1분기 최근 5년 평균 10.9억불 및 10년 평균 11.7억불을 현저히 상회하는, 1분기 역대 3위 실적으로 제조업 FDI 또한 장기적 증가세가 유지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해 FDI 증가세를 주도한 제조업 투자가 소폭 둔화된 반면, 서비스업 투자가 다시 회복되며 전체 FDI의 안정적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투자가 증가세를 교대로 견인하며, 우리나라 전체 FDI의 안정적 성장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 : INSC)

특히, `23년 1분기 제조업 중 첨단산업 관련 화공, 전기·전자, 운송용기계업이 2.0억불, 6.8억불, 1.9억불로 전년동기대비 53.0%, 769.4%, 103.6% 각각 큰 폭으로 증가했다. 화공(첨단소재), 전기·전자(반도체), 운송용기계(미래차) 등 첨단산업 중심 투자 증가로 FDI가 국가 첨단산업 육성에도 일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첨단소재·반도체·미래차 분야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전·후방 연관산업의 동반성장을 통한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경쟁력 강화 등의 긍정적인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핵심소재 공급망 재편 대응을 위한 소부장 투자 증가

`23년 1분기 소부장 FDI는 신고 15.2억불로 전년동기 8.1억불 대비 88.4% 증가했다. 전체 FDI에서 소부장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7.0%로 ‘22년 14.8% 대비 12.2%p 확대되었다. 지난 ’14년 1분기에 이은 소부장 FDI 1분기 역대 2위 실적으로 핵심소재 공급망 재편 대응에 우리 FDI가 기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반도체, 첨단소재, 풍력발전, 수소산업 관련 투자가 주로 유입되며, 소부장 FDI가 미래 첨단산업의 안정적 성장에도 일조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23년 1분기 소부장 FDI의 EU 비중이 전년동기대비 5.9%에서 33.2%로 확대되며, 소부장 FDI가 일본 중심에서 EU 등으로 다변화된 점도 긍정적 측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자료 : INSC)

EU·중국發 투자가 증가한 반면, 미국·일본發 투자 위축

‘23년 1분기 미국發 對韓투자는 신고기준 7.5억불로 전년 8.7억불 대비 13.9% 감소했다. 미국發 對韓투자는 제조업의 경우 주력 투자업종인 전기·전자, 운송용기계 업종 증가로 1분기 기준 5년 연속 증가세를 시현했으나, 서비스업 투자감소 영향으로 전체 FDI 실적이 감소했다. 美 경제 연착륙 전망에도 불구, 중장기 성장세 둔화 및 시장 불안정성 확대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판단된다.

SVB 파산發 은행 유동성 위기의 금융권 전체 확산 전망 등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 및 韓·美 기준금리 역전 장기화로 인한 투자 둔화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EU發 對韓투자는 신고기준 20.8억불로 전년동기 5.8억불 대비 257.9% 증가했다. 제조업의 기계장비·의료정밀 분야와 서비스업의 도·소매(유통), 금융·보험 분야 투자가 EU發 투자 증가세를 주도한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플랫폼 등 신성장 산업 관련 투자유입 및 서비스업 분야 대형투자가 발생했다. 에너지 수급 안정화와 노동시장 강세로 인한 유로존 경기침체 우려 완화에 따른 불확실성 감소로 ‘23년 남은 기간 EU發 투자 증가세가 기대된다.

중국發 對韓투자는 신고기준 2.4억불로 전년동기 1.2억불 대비 100.4% 증가했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가시화되며, `23년 1분기 중국發 對韓투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봉쇄조치(제로코로나 정책) 등으로 인한 감소세에서 반등했다. 핵심 제조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제조업 투자는 증가했으나, 중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부동산, 금융보험 등 서비스업 투자는 대부분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중국 정부의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과 해외 상장 新규정 발표로 해외 투자 확대 및 해외 진출 규제 완화가 전망된다.

‘23년 1분기 일본發 對韓투자는 신고기준 3.0억불로 전년동기 4.8억불 대비 38.1% 감소했다. `22년 1분기 발생했던 대형 투자의 역기저 효과 및 서비스업 투자감소 등의 영향으로 판단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제조업 FDI는 화공, 금속·금속가공, 전기·전자 등 소부장 핵심 품목 투자가 지속되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는 비록 감소했으나, 12년 만의 한·일 정상회담 개최로 한·일 관계 회복 및 투자환경회복에 따른 하반기 반등이 기대된다.

플랫폼·첨단 소부장 등 4차산업혁명 관련 신산업 투자 증가

콘텐츠·AI·전자상거래 등 플랫폼 개발, 친환경차(이차전지), 반도체 등 4차산업혁명 관련 신산업의 투자 규모와 우리나라 F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증가했다. `23년 1분기 신산업 FDI는 전년동기 19.2억불 대비 2.2억불(11.3%) 증가한 21.3억불을 기록했다. 전체 FDI 가운데 신산업 비중도 ‘22년 1분기 35.2%에서 ’23년 1분기 44.3%로 9.1%p 확대됐다.

플랫폼, 소부장,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분야의 신산업 투자가 신고되었는데, 콘텐츠 제작, 전자상거래, AI, 블록체인 등 4차산업혁명 관련 플랫폼 투자가 다수 발생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반도체, 기능성 첨단소재 등 소부장 관련 신산업 투자와 플랫폼 개발 및 서비스를 뒷받침할 데이터센터·물류센터 등 디지털전환 기반 인프라 투자 또한 지속 유입되었다.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로 탄소중립 및 녹색경제 가속화 기여

‘23년 1분기 신재생에너지 분야 FDI는 4.3억불로 전년동기 0.9억불 대비 351.2% 증가했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부응하여, FDI가 우리나라의 저탄소 산업구조 및 순환경제로의 전환 가속화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자료 : INSC)

‘23년 글로벌·우리나라 FDI 전망

美ㆍ中 패권 경쟁 심화, 자국우선주의 확산 속, 금리 인상에 따른 주요국 성장 부진 및 수요 감소로 글로벌 투자가들의 투자심리가 매우 위축된 상황이다. UNCTAD는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23년 글로벌 FDI가 상당수 경제권의 경기침체(recession) 단계 진입 전망에 따라 약세(weak)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다수 국가의 마이너스 또는 저성장으로 인한 ➊자금조달 여건 악화, 복합(multiple) 위기에 직면한 ➋투자자의 불확실성 확대, ➌개도국 부채 증가로 인한 위험 등을 ‘23년 글로벌 FDI의 하방 압력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렇듯 지속·심화되는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및 경기침체 위험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 글로벌 FDI 하락세가 ‘23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정학적 긴장 지속·거시경제 변동성 심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전반적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등 ’23년 남은 기간 우리나라 FDI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판단된다. ①美·中 패권경쟁 심화 속, 美 IRA·CHIPS Act와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자체 공급망 강화 추진, ②高물가·高금리 상황 지속, ③SVB 파산發 유동성 위기, 유럽 에너지, 신흥국 부채 등 경기 하방 요인이 산재되어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외부 환경의 부정적 영향이 지난 2년간 지속된 우리 FDI 성장세를 제약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우리 정부는 FDI 유치 확대를 위한 현금지원제도 운영요령 개정 등 투자 지원제도를 강화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규제를 적극적으로 혁신하는 등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정상외교와 국가 간 경제협력 행사 등과 연계한 적극적인 투자유치 및 홍보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여기에 안정적 대외신인도를 인정받는 우리 경제 펀더멘탈의 견고함과 제조업 등 우리산업의 투자매력도 및 정부의 FDI 확대를 위한 정책적 의지를 강조하는 등 다각적 노력을 경주할 경우, 우리 FDI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우디·UAE 등 정상 경제외교 성과가 실현될 경우, ‘23년 우리 FDI는 지속적 상승세를 유지하며, 글로벌 투자 허브 도약 기반을 창출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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